[이슈] ‘경남형 매뉴얼’, 학교급식 난맥상 ‘돌파구’ 될까 
[이슈] ‘경남형 매뉴얼’, 학교급식 난맥상 ‘돌파구’ 될까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10.16 1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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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교육청, ‘경남형 학교급식 환기시설 개선 매뉴얼’ 제작 및 발표 
노동부 ‘가이드’에서 제시 못한 적용 어려운 기준, 실증연구로 제시

[대한급식신문=김기연·박준재 기자] 경상남도교육청(교육감 박종훈, 이하 경남교육청)이 ‘학교급식 조리실 환기설비 가이드 적용·적용방안 연구용역 및 매뉴얼 개발’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제작한 ‘경남형 학교급식 환기시설 개선 매뉴얼(이하 경남형 매뉴얼)’을 지난달 27일 발표했다. 
이번 경남형 매뉴얼은 학교급식 종사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조리흄’ 저감을 위해 전국 교육청 관계자들이 ‘사활’을 걸고 있는 와중에 발표된 것이어서 급식업계의 지대한 관심이 쏠린다.

- 편집자주 -


경남형 매뉴얼은 창원대학교 산학협력단에서 2022년 9월부터 2023년 8월까지 1년간 추진한 환기설비 가이드 적용·개선방안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고용노동부(장관 이정식, 이하 노동부)가 제시한 ‘학교급식 조리실 환기설비 설치 가이드(이하 가이드)’와 이를 토대로 만들어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단체급식시설 환기에 관한 기술지침(이하 기술지침)’에 부합되도록 제작됐다. 연구용역은 경남교육청이 지난해 상반기부터 주도적으로 추진해 이뤄졌으며, 자체 예산만 8000만 원이 투입됐다. 

경남형 매뉴얼에는 ▲학교 현장에 맞는 적합한 환기시설 적용방안 ▲업무추진 절차 ▲실행단계별 확인사항 ▲환기설비 세부 설치기준 ▲계약 절차 및 계약 실무 ▲과업지시서 및 도움 자료 등 현장 실무에 필요한 내용이 수록됐다. 

연구용역을 맡은 창원대학교 산학협력단 연구진이 조리실 내 오염물질 발생 정도를 측정하고 있는 모습.
연구용역을 맡은 창원대학교 산학협력단 연구진이 조리실 내 오염물질 발생 정도를 측정하고 있는 모습.

특히 노동부 가이드를 학교 현장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기준에 대한 보완책을 실증연구를 통해 제시했다. 무엇보다 교육부와 노동부가 경남교육청이 운영한 연구용역 TF에 참여해 의견을 교환했으며, 도출된 보완책은 지난 8월 개정된 기술지침에 일부 반영했다. 

전반적으로 가이드에서 제정된 기준은 유지하되, 가이드에 담지 못한 조리실 현장의 세밀한 특징을 경남형 매뉴얼에 삽입했다. 

기존 가이드보다 더 진일보한 지침으로 내놔

경남형 매뉴얼에는 일단 가이드의 기준보다 개선된 내용이 담겼다. 먼저 연구팀은 조리대의 폭이 1.8m를 넘을 경우 후드나 덕트는 반드시 2개를 설치하라고 명문화했다. 그리고 조리대가 급식실 중앙에 위치하는 ‘양면 조리대’는 가급적 지양하도록 했다. 

유해물질을 많이 발생시키는 아일랜드 조리대(가스레인지, 부침기 등)가 배식대에 인접할 경우 배식대와 주변을 통해 유입되는 기류가 후드 흡입을 방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조리대는 벽쪽에 설치하라고 권장했다. 

경남형 매뉴얼에서 제시된 후드 측면 도면 예시. 경남형 매뉴얼에서는 조리실 여건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조리대 위의 후드 높이를 기존 60cm에서 30cm까지 줄일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이 경우 필터의 오염물질 포집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가능한 ‘최하단부’에 설치하도록 했다.
경남형 매뉴얼에서 제시된 후드 측면 도면 예시. 경남형 매뉴얼에서는 조리실 여건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조리대 위의 후드 높이를 기존 60cm에서 30cm까지 줄일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이 경우 필터의 오염물질 포집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가능한 ‘최하단부’에 설치하도록 했다.

또 주목받은 것은 후드의 필터 높이로, 가이드에서 구체화하지 못한 기준을 경남형 매뉴얼에서는 구체화했다. 즉 후드의 필터를 벽면 쪽으로 설치해 오염물질이 작업자의 호흡 영역을 통과하지 않도록 설계하라는 것. 특히 학교별로 조리실 높이가 모두 달라 가이드에서 제시한 ‘후드 높이 60cm’를 맞추기 어려운 경우 후드 전단의 높이를 조정하도록 했다. 

이 부분은 일선 학교에서 수없이 질의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경남형 매뉴얼에서는 조리실 높이가 낮아 후드를 높게 설치하지 못할 경우 60cm에서 30cm까지 후드 전단부 크기를 줄이도록 했다. 다만 후드의 오염물질 포집 효율이 낮아지지 않도록 오염물질을 직접 빨아들이는 필터 위치는 가능한 최하단부에 설치하라고 권고했다. 

오븐의 위치에 따른 후드 설치 방법도 제시했다. 가이드에서는 반드시 후드는 박스형 형태로 조리대보다 사방 15cm 이상 크게 설치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문을 여닫는 오븐은 문 개방 시 후드 크기인 15cm를 넘는 경우도 많아 오염물질이 효율적으로 포집되지 않을 수 있다. 실제 학교 현장에는 이런 사례가 다수 있어 경남형 매뉴얼에서는 효과적인 기류 흡입을 위해 오븐 문 기준으로 후드가 약 40cm 나오도록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보와 기둥 등으로 후드를 벽면에 밀착시키지 못하는 경우를 대비한 지침도 내놨다. 조리실 구조상 벽면과 후드 사이에 공간이 있으면 후드 뒤쪽의 기류가 후드 내부로 흡입돼 흡입성능이 저하된다. 따라서 벽면과 후드 사이의 공간에 패널을 부착해 후드 뒤쪽에서 유입되는 기류를 차단하도록 했다.

경남형 매뉴얼, 좋기는 한데 일부 우려 점도

이번 경남형 매뉴얼을 적극 반영하려는 전국 교육청들의 움직임이 포착된다. 전문가가 연구용역을 통해 도출한 매뉴얼이라는 점과 함께 노동부가 제시한 가이드를 더 구체화하는 등 실증연구까지 진행했다는 측면에서 참고할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부 교육청에서는 경남교육청의 연구용역 과정을 보며 자체 환기설비 설치기준 등을 만든 다음 경남형 매뉴얼에서 최종 제안한 내용을 반영하려는 계획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충청지역의 한 교육청 관계자는 “가이드를 현장에 적용하면서 드러난 일부 문제점의 해결책이 경남형 매뉴얼에서 구체적으로 제시됐다”며 “관내 학교 시설담당자와 영양(교)사, 교육청 담당부서와 협의해 교육청 지침 개정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또 다른 교육청 관계자는 경남형 매뉴얼에 일부 아쉬운 부분도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해당 관계자는 “가이드부터 기술지침까지 조리실 내 배기는 충분히 언급했지만, 배기만큼 중요한 ‘급기(공기 유입)’는 경남형 매뉴얼도 자세히 다루지 못했다”며 “후드 유속 유지, 오염물질 배출과 관련해 배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급기 방법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경남형 매뉴얼을 두고 일부 영양(교)사들은 우려를 내비치기도 했다. 경남형 매뉴얼이 발표되면서 당장 내년부터 진행할 조리실 환기설비 개선공사를 일선 학교에 떠맡기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 

일선 학교는 환기설비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전무한 데다 급식 종사자들은 환기설비 명칭은 물론 성능조차 제대로 모른다. 이런 상황에 발표된 경남형 매뉴얼은 환기설비 설치기준뿐만 아니라 사업 추진 절차와 계약 실무, 실행단계별 확인사항, 감리용역까지 자세하게 다루고 있어 혹시 학교로 환기설비 개선공사 일체가 떠넘겨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서는 것. 

한 교육청 관계자는 “설치기준 및 업무처리 절차 등을 급식 종사자들이 알아두면 도움이 되겠지만, 설계 및 감리용역 계약 방법에 과업지시서 양식까지 부록으로 반영한 것은 자칫 이 같은 업무를 교육청이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며 “내년 1월부터 공사가 시작될 텐데 학교에 혼란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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