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변화 거듭한 군급식, 이제 ‘짬밥’은 옛말
[탐방] 변화 거듭한 군급식, 이제 ‘짬밥’은 옛말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10.31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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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기 장병급식·피복모니터링단, 해병대 2사단 방문
선 식단·후 조달 체계 정착단계… 인력은 더 보충돼야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군급식은 가장 변화가 느린 단체급식 분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군급식이 몇 년 전부터 급격한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것도 대부분 긍정적인 변화다. 물론 모든 군부대가 동일하게 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매우 의미 있게 변하는 군부대 급식소가 곳곳에 존재한다. 대한급식신문은 국방부(장관 신원식)가 운영하는 ‘제10기 대한민국 장병급식·피복모니터링단(이하 모니터링단)’과 함께 경기 김포시와 인천 강화도 일원에 위치한 해병대 2사단을 방문했다.
- 편집자주 -

해병대 2사단은 경기 김포시 일원에 위치한 최전방 부대로 북한과 맞닿은 해안지역을 지키고 있다. ‘귀신 잡는 해병’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는 해병대 중에서도 가장 전투력이 높은 부대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특히 2사단의 모태는 1970년대 베트남 전쟁 당시 파병됐던 청룡부대다. 청룡부대는 베트남전에서 수많은 전공을 세웠고, 복귀 후에는 김포지역에 주둔하며 최전방 부대 중 하나가 됐다.

독자적인 작전권이 있으면서 많은 전공을 세운 해병대라 독립적인 급식을 운영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의외로 육군에 ‘종속’된 급식을 했다고 한다. 육군본부에서 제공하는 식자재를 공급받아 이를 토대로 급식을 운영한 것. 전형적인 ‘선(先) 조달·후(後) 식단’체계였다.

하지만 국방부의 군급식 개혁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고 한다. 식자재 경쟁입찰제도 도입 이후 식단을 먼저 편성하고, 입찰로 식자재를 공급받으면서 급식의 질이 개선된 것. 여기에 올해 국방부가 ‘장병 1인당 1일 기본급식량’을 폐지하면서 해병대 독자적인 급식이 시작돼 대폭적인 개선이 또 이뤄졌다.

국방부 장병급식·피복모니터링단이 방문한 지난 17일 해병대 2사단의 점심 식단은 김치말이국수와 돼지고기수육, 명태회무침, 상추쌈과 쌈장·새우젓·마늘이었다. 장병들의 높은 만족도가 피부로 와닿았다.

개선된 해병대급식 기폭제... 장병 1일 기본급식량 폐지
장병 1인당 1일 식단가는 1만3000원으로 1식당 4340원가량이다. 모니터링단이 방문한 날 메뉴는 돼지고기 수육과 김치말이 국수였다. 거기에 상추와 고추, 쌈장이 곁들여졌고, 밑반찬에는 명태회무침, 후식으로는 후르츠칵테일이 제공됐다.

몇 년 전 군급식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메뉴였다. 심지어 수육을 제외한 모든 메뉴가 자율배식이었다. 장병들의 먹성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선택이지만, 군 간부들은 이 또한 군급식 개혁의 필수과정으로 여기고 있다.

이 같은 변화와 함께 영양주무관(영양사)과 민간조리원 배치 확대는 급식 품질 개선을 더욱 앞당겼다. 영양주무관은 식단가를 최대한 활용한 식단을 작성하고, 민간조리원은 조리병과 함께 효과적인 조리로 급식의 맛을 살렸다.

2사단에서 만난 급양대 유명선 소령은 “2사단에 영양주무관이 배치되면서 급식의 질이 크게 좋아졌다”며 “민간조리원은 조리를 총괄하는 동시에 조리병들을 지도하는 역할도 수행해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모니터링단이 방문한 부대는 2사단 직할대로 식수인원은 400명이 넘는다. 야간 근무인원 등 별도 병력을 제외하면 점심에만 300명이 넘는 인원이 식사를 한다. 덕분에 쉴새 없이 장병들이 줄을 섰고, 조리병들은 비어가는 배식대를 채우느라 여념이 없었다. 특히 이날 메뉴는 김치말이 국수였던 터라 소면이 바닥을 보이면 즉시 삶아내느라 주방도 바쁜 시간을 보냈다.

장병들의 반응과 식사량, 속도, 잔반량을 보면서 그들의 급식 만족도가 눈에 보일 듯했다. 부대 방문에서 만난 한 장교는 “급식이 너무 맛있어 많이 먹다 보니 체중이 10kg 가까이 늘어 부모님이 ‘왜 이렇게 살이 쪘냐’고 놀라기도 하셨다”며 우스개소리를 남겼다.

모니터링단은 직할대에 이어 2사단 예하부대도 방문했다. 해병대 2사단은 서울과 경기 북부 해안선을 수호하고 있는 터라 곳곳에 예하부대가 주둔하고 있다. 이 같은 예하부대가 50여 개에 달하는데 이들 부대 모두 직할대와 동일한 급식을 하고 있었다.

이는 경쟁입찰제도의 순기능으로 기존에는 부식 차량이 일일이 부대에 식자재를 공급해야 했지만, 경쟁입찰제도는 계약조건에 예하부대 식자재를 직접 업체가 공급하도록 되어 있어 급식 운영이 훨씬 원활해졌다.

민간조리원 배치기준 개편, 급식 운영 인력은 보충돼야
획기적인 급식 운영의 변화를 겪은 해병대 2사단은 급식환경 개선을 위해 국방부에 다양한 요구를 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민간조리원 확대’다. 직할대에는 3명의 민간조리원이 배치돼 9명의 조리병과 함께 매일 장병들의 식사를 책임지고 있다. 하지만 예하부대는 사정이 다르다. 국방부에서 결정한 민간조리원 배치기준이 ‘장병 80명당 2명’인 터라 중대급 혹은 소대급 소초에는 민간조리원이 배치되어 있지 않다.

이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순회 배치’ 방식을 선택했다. 민간조리원 1명이 2개 예하부대를 번갈아 가며 방문하는 방식이다. 즉 부대 규모가 80명이 되지 않으면 민간조리원을 배치할 수 없으므로 2개 부대를 합해 1명을 배치하는 것이다.

2사단처럼 소초 단위 숙영지를 많이 보유한 부대는 모두 동일한 고민을 갖고 있을 것으로 보였다. 2사단 관계자는 “당장 민간조리원을 확대하기 어렵다면 ‘80명당 2인’ 배치기준을 ‘40명당 1인’으로 개편해 예하부대마다 민간조리원을 배치하도록 해야 한다”며 “모니터단이 국방부에 적극 건의해달라”고 요청했다.

급식 운영인력 부족도 다소 아쉬운 대목이었다. 군급식이 경쟁입찰로 변경되면서 입찰로 인한 행정업무량이 대폭 늘어났다. 이는 학교급식의 사례를 봐도 익히 알 수 있다. 하지만 2사단에 배치된 영양주무관은 단 1명뿐인데다 급양대 인력도 충원이 없어 업무량 가중이 심해 보였다.

예하부대의 급양담당 부사관은 “군급식은 식단작성과 조리, 배식이 전부가 아니며 식자재 관리와 보급은 물론 식중독 예방까지 급양대가 맡고 있는데 입찰업무까지 추가돼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며 “인력 보충이 빠른 시간 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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