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우려 컸던 무상급식비 쇼크, 일단 ‘한숨’
[분석] 우려 컸던 무상급식비 쇼크, 일단 ‘한숨’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11.12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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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교육청들, 2024년 급식비 예산 인상 사례 많아
교육청과 급식비 분담하는 자치단체 재정도 우려돼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역대급’ 세수 펑크로 학교 무상급식 체계를 지탱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크게 줄어들면서 우려됐던 2024년도 학교급식비 동결 흐름이 일단 한고비를 넘긴 것으로 보인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2024년도 예산(안) 편성 결과, 상당수 교육청이 무상급식비 단가 인상을 결정했다. <대한급식신문 360호·367호·368호(2023년 5월 22일자·9월 11일자·9월 25일자) 참조>

대한급식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9일까지 2024년도 본예산(안)을 편성해 공개한 7개 교육청 중 5개 교육청이 무상급식비 단가 및 예산 규모를 확대했다. 2024년도 예산에서는 급식비를 동결한 경기도교육청(교육감 임태희, 이하 경기교육청)도 올해 9월 식품비와 운영비·인건비를 각각 4%, 18% 인상해 교부금 축소 파동에도 결국은 인상한 것으로 봐야 한다. 

대구광역시교육청(교육감 강은희)과 인천광역시교육청(교육감 도성훈), 강원도교육청(교육감 신경호, 이하 강원교육청)도 급식단가를 10% 인상했다. 충청남도교육청(교육감 김지철, 이하 충남교육청)은 8%를, 경상남도교육청(교육감 박종훈, 이하 경남교육청)은 4.7%를 인상했다. 반면 지난 2년간 매년 10% 이상 인상한 전라북도교육청(교육감 서거석, 이하 전북교육청)은 동결을 결정했다. 

전북도와 전북교육청이 지난 6일 열린 교육행정협의회에서 무상급식비 분담율 조정에 합의했다. 사진은 합의서에 서명하고 있는 서거석 전북도 교육감 모습.
전북도와 전북교육청이 지난 6일 열린 교육행정협의회에서 무상급식비 분담율 조정에 합의했다. 사진은 합의서에 서명하고 있는 서거석 전북도 교육감 모습.

인상을 결정한 교육청들은 자료를 통해 공통적으로 세수 부족을 호소하면서도 무상급식 체계 유지는 필수과제이기 때문에 물가상승과 가스·전기요금 폭등 등에 대응해야 한다며 인상 이유를 설명했다. 

이 같은 인상 배경에는 지난해까지 교육청이 적립한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이하 안정화기금)’이 있다. 안정화기금은 자치단체와 교육청이 법령에 따라 적립해놓는 예비비 성격의 예산으로, 회계 또는 기금의 여유 자금이나 예치금을 통합해 놓은 것을 말한다. 따라서 비상시에는 50~70% 내에서 활용할 수 있다.

세수 부족으로 인해 예산이 펑크난 교육청들은 긴급히 안정화기금을 수혈해 예산을 편성한 것이다. 실제 충남교육청은 3200억 원가량의 안정화기금을 내년 예산안에 포함시켰고, 강원교육청도 3713억 원의 안정화기금을 활용하기로 했다. 

경기교육청은 9월 정부의 2023년 세수 재추계 결과, 올해 교육청에 교부될 지방교육재정교부금 75조 원 중 11조 원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자 6000억 원가량의 안정화기금을 사용해 3차 추경예산을 편성했다. 따라서 2024년도 예산안에는 안정화기금을 전입하지 않았다. 물론 재정이 녹록하지 않은 건은 당연한 일. 경기교육청 관계자는 “재정 상황이 지금과 같이 유지되면 안정화기금을 또 사용해야 하기에 안정적인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단 한고비를 넘겼지만 예산 편성 과정에서 또 다른 우려도 나온다. 교육청과 무상급식비를 분담하는 자치단체의 재정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 세수 부족으로 교부금뿐만 아니라 일정 기준에 따라 자치단체에 지원되는 지방교부세도 줄고 있다. 이로 인해 많은 자치단체에서 무상급식비 재원 분담 비율을 조정하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합의에 이른 곳도 있지만 교육청 재정도 여유로운 편이 아니기에 갈등이 빚어지는 지역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경남지역의 경우 경상남도(도지사 박완수, 이하 경남도) 부채가 1조2746억 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세수가 크게 줄자 경남교육청에 분담률 조정을 요청했고, 논의 끝에 20%(경남도), 30%(기초자치단체), 50%(경남교육청)로 분담을 결정했다. 이 분담률은 당초 2023년도에만 적용할 예정이었으나 자치단체의 재정 악화로 2024년까지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전북교육청도 전북도(도지사 김관영)의 적극적인 요청을 받아들여 분담율을 기존 50%, 50%에서 40%(전북도), 60%(전북교육청)로 변경하기로 했다. 

이 같은 흐름에 대해 일선 영양(교)사들은 적지 않은 우려를 보내고 있다. 무상급식 체계 유지가 교육감의 가장 큰 치적이 되는 현실에서 급식예산 부담이 늘어나면 중요한 다른 교육사업은 상대적인 피해를 보게 될 것이고, 장기적으로 무상급식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우려다. 심지어 무상급식비 인상 때문에 교육청이 실시하는 시설 환경개선 등의 예산이 줄어든 지역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경기도의 한 영양교사는 “교육청의 교육사업이 무상급식만 있는 것이 아닌데 선출직인 교육감 입장 때문에 지금과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며 “영양(교)사들이 억울하게 교육청 내 타 부서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토로했다. 이어 “모든 교육청이 유치원까지 무상급식 대상에 포함하고 있으니 무상급식은 이미 ‘보편적 복지사업’이 된 것이나 다름없다”며 “무상급식비를 교육청이 아닌 국가가 책임지도록 법령을 개정하는 논의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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