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기 개선’ 시급한데… 지지부진한 ‘환기 공사’
‘환기 개선’ 시급한데… 지지부진한 ‘환기 공사’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11.20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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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개선 완료 학교 ‘90곳’… 인천지역 공사 착공 ‘0건’
‘부분’에서 ‘전면’ 개선으로 전환, 겨울방학에 대거 몰릴 듯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폐암으로부터 조리 종사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학교급식실 환기설비 개선공사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특정 지역뿐만 아닌 전국적인 추세다. 이처럼 개선공사가 미뤄지면서 올해 겨울방학에 대다수 공사가 몰릴 것으로 예상돼 이에 따른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민주노총서비스연맹 인천지부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 등 인천지역 시민단체는 지난 13일 ‘학교급식실 폐암·산재 추방 및 무상급식지키기 인천지역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구성하고, 인천교육청 앞에서 발족식 및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학교급식실 환기설비 개선공사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일 충청북도교육청과 지역 노조 관계자들이 충북 오송중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는 조리실 환기설비 개선작업을 확인하는 모습.

이들은 이날 폐암으로 인한 조리 종사자들의 건강이 위중한 상황인데 인천광역시교육청(교육감 도성훈, 이하 인천교육청)에서 환기설비 개선 작업을 시작한 곳은 아직 한 곳도 없다고 비판했다.

개선 완료된 학교, 전국 90개
대책위는 이날 ’학교급식 종사자의 폐암 확진 현황과 육체적 작업부하 평가 결과‘를 공개하면서 인천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급식실 환기시설 개선 현황도 함께 제시했다. 

대책위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인천교육청은 지난해부터 학교급식소 환기설비 개선 사업을 시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1년여가 지난 지금 개선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며 “폐암에 걸린 조리 종사자들이 산업재해 승인에 따른 휴가를 받고 돌아오면 또다시 조리흄 위협에 노출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천교육청은 노동자들을 위해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할 의무가 있다”며 “교육청은 이 같은 책임을 방기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대책위가 확보한 ‘환기시설 개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개선을 완료한 학교는 전국적으로 90개뿐이다. 지난해와 올해 전국에서 환기설비 이상 유무를 점검한 학교는 7026개이며, 이 중 ‘이상 있음’으로 판단된 학교는 1418개였다. 그럼에도 개선이 완료된 학교는 90곳에 불과했고, 인천지역은 아직 점검도 완료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개선공사 예산은 이미 확보된 상태다. 교육부(부총리 겸 장관 이주호)는 2022년부터 급식 종사자 폐암 건강검진을 진행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환기설비 개선예산으로 1799억 원을 편성했다. 한 학교당 1억 원가량으로 계상해 당장 개선이 필요한 학교와 폐암 확진자가 나온 학교 등을 대상으로 개선공사를 당장 시행하도록 한 것이다. 

복합적인 이유로 미뤄진 공사
예산과 대상, 계획이 세워졌음에도 개선공사가 늦어진 것은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당초 교육부는 필요 경비를 한 학교당 1억 원가량으로 판단했지만, 교육청이 실태를 파악한 결과 학교마다 사정이 천차만별이라 예산에 큰 차이를 보였다. 

인천지역 A중학교는 수천만 원의 견적이 나온 반면 B학교는 3억 원의 견적이 나온 것이 대표적이다. 결국 예산 소요량을 다시 파악한 후 우선순위 학교를 다시 선정해야 했기 때문에 착공이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개선공사의 방향이 전환된 것도 또 하나의 이유가 됐다. 인천교육청 교육안전과 관계자는 “당초 환기설비 개선사업은 ’부분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했는데 막상 현장을 검토해보니 부분 개선만으로는 고용노동부의 환기설비 기준을 맞출 수가 없어 결국 조리실 전면개선으로 방향을 전환했다”며 “계획이 전환된 시점은 올해 7월경”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면 개선을 위해서는 급식실 천장을 뜯는 등 대규모 공사가 불가피하고, 이에 따라 방학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어 12월에 상당수 학교가 개선공사에 착수하게 된다”고 해명했다. 

이런 현상은 인천뿐만 아니라 전국이 유사한 것으로 확인된다. 251개 학교가 환기설비 개선 대상인 대구지역도 12월 하순부터 20여 개 학교가 동시에 개선공사를 시작한다. 

정상적인 개선공사 가능할까
사정이 이렇게 되자 일선 급식 관계자들은 환기설비 개선공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조리흄의 심각함이 확인됐고 하루라도 빨리 공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개선공사 수요가 대폭 늘어난 상황인데 환기설비 전문업체가 이 같은 수요를 감당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이처럼 전문업체가 부족하면 전문성이 떨어지는 업체들이 개선공사를 맡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동시에 부실공사 우려 또한 커지게 된다. 

한 시설공사 업체 관계자는 “환기설비 전문업체가 원래에도 그리 많지 않은데 지금처럼 특정 시점에 공사 수요가 몰리면 공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전문적인 분야라 신생업체들이 갑자기 늘어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경기도의 한 영양교사는 “주로 교육지원청에서 환기설비 개선공사 입찰을 진행하는데 공사업체를 구하지 못한 학교가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러면 공사는 또다시 미뤄진다”고 토로했다. 이어 “개선공사를 여러 학교에서 동시에 진행해야 하다 보니 공사 관리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교육청 내 안전·보건관리자만으로는 관리가 쉽지 않아 필히 교육청에서 관심을 갖고 살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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