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협, 첫 영양교사 출신 회장·관행 깬 첫 외부 감사 선출
영협, 첫 영양교사 출신 회장·관행 깬 첫 외부 감사 선출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11.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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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협 신임 회장에 송진선 후보, 전국영양교사회장에 신현미 후보
기존 관행 깨고 외부 김영일 한길회계법인 공인회계사 감사 선출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사)대한영양사협회(회장 김혜진, 이하 영협) 차기 회장으로 단독 입후보한 송진선 부산광역시교육청 인성체육급식과 파견교사가 당선됐다. 사상 첫 영양교사 출신 영협 회장이다. 관심을 모았던 전국영양교사회(회장 박미애, 영양교사회) 차기 회장에는 신현미 전 강원도영양교사회장(강원 교동초)이 선출됐다. 

영협은 지난 18일 서울여성플라자 아트홀에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제27대 회장 및 감사, 선거직 이사 선출을 위한 선거를 진행했다. 이날 영협 회장 선거에는 송진선 파견교사가 단독으로 입후보했고, 2명을 뽑는 감사에는 김영일 한길회계법인 공인회계사와 현 회장인 김혜진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 영양팀장 2명만 입후보해 사실상 ‘찬반투표’(?)로 진행됐다. 투표에 앞서 몇몇 대의원들이 특정 후보의 임원 자격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으나 결과적으로 세 후보 모두 당선됐다. 

(좌)차기 송진선 대한영양사협회장, (우)신현미 전국영양교사회장.

이어 20명의 선거직 이사를 선출하는 투표가 진행됐다. 영협 정관에 따르면, 선거직 이사는 총 20명 이내로 둘 수 있는데 이번에는 후보로 총 26명이 등록했다. 이 중 전국학교영양사회 차기 회장으로 선출된 전현옥 영양사(전남 장흥중)는 분과위원회 비례대표 자격을 얻게 되어 후보에서 제외됐고, 송태희 배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도 임명직 이사로 선임되면서 피선거 대상에서 제외됐다. 

투표 결과, 김윤실(경기도 강선초)·범기옥(서울교대 부설초)·조우상(경기 고양오금초) 3명의 영양교사와 박명희 국립중앙박물관 식품위생주사, 이정화 경희대의료원 영양팀 파트장까지 총 5명이 낙선하면서 선거직 이사는 19명으로 결정됐다. 26명 후보 중 영양교사가 7명, 임상영양사가 9명, 학계에서 5명, 산업체에서 3명이 후보로 등록했는데 영양교사 3명과 임상영양사, 산업체에서 각각 1명씩 낙선한 것이다.

변화의 서막·회원 뜻 모을 것
신임 송진선 회장은 대한급식신문과의 통화에서 “국민 건강과 영양을 위해 영양사가 필요하다고 국민이 먼저 말하는, 국민이 먼저 손 내미는 대한영양사협회가 되도록 변화의 서막을 열겠다”며 “특히 현장 전문가, 소통 전문가로서 공익에 앞장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영양교사회 임원선거도 같은 날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실시됐다. 다만 장소는 아트홀이 아닌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영양교사회는 차기 회장 후보를 발표하지 못하다 지난 14일에서야 신현미 전 강원도영양교사회장을 후보로 공지했고, 대의원총회 당일 후보 정견 발표 후 투표를 진행해 신 후보를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신현미 차기 회장은 대한급식신문과의 통화에서 “추천받고 오랫동안 고민했는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며 “영양교사들의 업무 과부하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모든 회원들 뜻을 모아 영양교사회 앞에 놓인 문제들을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순탄치 않은 선거, ‘설왕설래’ 난무
그간 영협과 영양교사회의 불투명한 운영, 소극적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임원선거가 순탄치는 않았다. 이번 선거도 마찬가지였다. 

대한급식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두 단체 모두 현직 회장이 일찍부터 연임하지 않겠다고 했음에도 매우 긴 시간 후임 회장을 찾지 못했다. 다행히 영협 차기 회장은 지난 9월부터 송진선 파견교사를 옹립하려는 움직임이 일었고, 고심 끝에 당사자가 수락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영양교사회장은 훨씬 더 복잡했다. 

여러 차례 추천을 받았던 이미정 경기영양교사회장은 고심 끝에 후보를 포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정 회장은 “저를 아껴주시는 분들의 뜻에 보답하기 위해 후보로 등록하려 했으나 저보다 더 뛰어나고 헌신적인 분이 후보로 나선다는 소식을 듣고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미정 회장은 아직도 경기영양교사회장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상태다. 

이미정 회장 외에 또 다른 후보도 뜻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지만, 후보 등록과정에서 후보 자격을 놓고 선거관리위원회 측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 전해진다. 

첫 외부 회계전문가가 영협 감사를 맡게 된 것도 의미가 있다. 김영일 한길회계법인 공인회계사가 그 주인공이다. 1963년생인 김영일 회계사는 1988년부터 회계법인에서 근무해온 회계전문가이며, 2015년 1월부터 영협 자문 회계사를 맡아왔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영협 임원은 “전직 회장 2명이 영협 감사를 맡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관행이 처음으로 변했다”며 “영협의 회계상 불합리한 점이 있다면 감사의 공인회계사라는 직위 때문에 더 이상 유야무야 넘어갈 수는 없게 됐다”고 평가했다.

선거직 이사에서 영양교사가 대거 낙선한 것도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임상영양사는 9명 중 1명이, 산업체는 3명 중 1명이 낙선한 것에 비해 7명이 출마해 3명이 낙선한 것은 타 직군보다 분명 높은 수치다. 이를 두고 두 가지 관측이 나온다. 먼저 영협 회원으로 영양교사가 많아 분과별 비례대표 이사 비중이 높은 탓에 선거직 이사에서 낙선될 수밖에 없었다는 의견과 대의원들이 영협 내 특정 계파를 지목해 낙선시켰다는 관측이 일부에서 나온다. 

신뢰 잃는 영협, ‘환골탈태’할까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대다수 영양(교)사들은 이번 선거가 분명 변화의 조짐은 맞지만, 영협이 그동안 잃은 신뢰를 되찾으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특히 회원 이탈과 회원 가입 거부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어 영협 재정은 이미 심각한 위기 수준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영협이 보건복지부(장관 조규홍, 이하 복지부)에 보고한 회원 현황에 따르면, 영협 회원 수는 2022년 9월 기준 7200명이다. 또한 교육부(부총리 겸 장관 이주호) 통계에는 2023년 2월 28일 기준 전국 영양교사는 6787명이며, (재)한국영양교육평가원이 공개한 누적 임상영양사 자격증 소지자는 2023년도 기준 4810명이다. 이 같은 통계는 영양사 직군 중에서도 가장 위상이 높다고 평가받는 영양교사·임상영양사 직군조차 영협 회원 가입을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영협의 이번 선거과정을 지켜본 한 영양교사는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논란, 올해 여름방학부터 나온 NEIS시스템 오류 등 영양(교)사와 관련된 각종 이슈에서 영협이 나서 주기를 잠시나마 바랬는데 결국 바뀐 건 없었다”며 “영협의 신임 집행부는 과거 전철을 더 이상 밟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영협 제27대 임원명단
▲회장 송진선(부산시교육청 인성체육급식과 파견교사) ▲감사 김영일(한길회계법인 공인회계사)·김혜진(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영양팀장(국장)) ▲선거직 이사 권수현(서울 면일초 영양교사)·금명희(충북 보광초 영양교사)·김우정(강남세브란스병원 영양팀장)·김은미(삼성서울병원 영양팀장)·김은지(서울 영등포초 영양교사)·김지연(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영양팀장)·박연우(영남대병원 영양팀장)·박은주(경남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박정미(부산 국제고 영양교사)·박주현(청주상당구청 영양사)·서민자(제2남도학숙 영양사)·송주헌(충남 고대중 영양사)·이승민(성신여대 식품영양과 교수)·이정주(용인세브란스병원 영양팀장)·이지현(아주대병원 영양팀장)·이해영(상지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이호선(세브란스병원 영양팀장)·임정현(서울대병원 급식영양과장) ▲분과위원회 비례대표 이사 강신숙(서울아산병원 영양팀장)·박란희(강원 조양초 영양교사)·박미애(울산공고 영양교사)·신현미(강원 교동초 영양교사)·이기아(청주 솔밭중 영양사)·전현옥(전남 장흥중 영양사)·한상진(풀무원푸드앤컬처 정부과천청사 책임매니저) ▲임명직 이사 박유경(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의학영양학과 교수)·송태희(배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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