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에 쏙 빠진 서울 조식지원사업
딜레마에 쏙 빠진 서울 조식지원사업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11.27 1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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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청, 2024년도 지원 대상 학교 11개교로 확대
늘어난 예산도 1일 10만 원에 불과… ‘간편식도 버거워’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감 조희연, 이하 서울교육청)이 기숙사가 없는 학교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조식지원사업’ 학교를 내년에 11개 학교로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원활히 운영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대한급식신문이 확보한 ‘서울교육청 조식 운영계획’에 따르면, 서울교육청은 2023년 첫 실시한 조식지원학교를 내년에 11개로 늘리고, 추후 참여학교를 꾸준히 늘려 2027년에는 77개 학교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예산 규모도 내년에는 2억9000만 원으로, 그리고 2027년에는 20억 원으로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5월 선일여자중학교에서 열린 ‘조식지원 공개의 날’ 모습.

앞서 서울교육청은 ‘건강한 아침식사로 학생건강과 학습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취지로 올해 초 10개 중·고교를 선정해 조식지원사업을 실시하기로 하고, 일선 학교의 신청을 받았다. 하지만 예상보다 신청이 저조해 2개 학교만 운영을 시작했고, 올해 하반기 1개 학교가 추가로 신청해 3개 학교가 운영했다. 

저조한 이유, 결국 예산 부족
이처럼 조식지원사업이 저조할 수밖에 없었던 큰 이유는 예산 부족이었다. 올해 서울교육청이 편성한 아침조식 예산은 학교당 연간 1000만 원에 불과했다. 연간 수업일수를 190일로 계산했을 때 1일 5만2000원가량인 것. 실제 이 정도 예산으로는 식사 형태는 불가능하고 빵과 우유, 시리얼 등 간편식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 여기에 혜택을 받는 학생도 극히 적다. 

서울의 한 영양교사는 “5만2000원으로는 빵과 우유도 제공하기 벅차고, 제공받을 수 있는 학생도 20명 정도가 한계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올해 사업에 참여한 정의여자고등학교의 학생은 681명인데 이들 중 극히 일부만 조식지원을 받은 것이다. 따라서 올해 참여한 3개 학교는 자체 예산을 추가로 투입하거나 학생들에게 별도의 비용을 걷어 운영했다. 

이에 서울교육청은 2024년부터 예산을 2000만 원으로 늘리고, 보조인력 비용 600만 원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예산은 여전히 부족하다. 2000만 원으로 예산을 늘려도 여전히 1일 기준 예산은 10만5000원가량이다. 즉 이 예산 규모 역시 간편식 형태를 벗어나기 어렵고, 여전히 극소수 학생만 지원받게 되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교직원·급식 종사자, 운영은 누가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운영인력의 문제다. 조식은 학교급식법에서 명시한 ‘학교급식’ 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학교 내 조리실과 조리인력을 활용할 수 없다. 따라서 조식 운영인력을 학교가 자율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서울교육청은 교직원이 직접 운영하거나 급식 종사자들이 운영하는 두 가지 형태를 제시하고 학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문제는 학교 입장에서 두 가지 중 어느 것도 쉽게 선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조식지원은 아침 7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이를 수행하려면 교직원 혹은 급식 종사자가 통상 아침 6시경부터 준비해야 하는데 이 같은 이른 출근을 ‘강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학교 현장에서의 운영도 쉽지 않은 상황인데 더 나아가 서울교육청은 예산 확보도 쉽지 않다고 토로하고 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 예산이 크게 줄어 현재로서는 더 늘리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만 학부모와 학생들의 호응이 높아 계속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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