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023년이 남긴 '단체급식의 10가지 화제'
[특집] 2023년이 남긴 '단체급식의 10가지 화제'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12.29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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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력, 급식 '조리인력난'에 대안 될까

단체급식업계 전반에 걸친 '조리인력난'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 유독 조리인력난이 큰 문제로 와닿았다. 높은 노동강도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처우에 신규 인력의 진입은 줄고, 기존 조리인력은 점점 고령화됐다. 이는 공공급식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이른 바 '외국인력'이 대두됐다.

지난해 말 법무부(장관 한동훈)와 고용노동부(장관 이정식, 이하 노동부)는 인력난에 시달리는 업계 호소를 받아들여 외국인력의 국내 노동시장 진입 문턱을 낮추기 시작했다. 먼저 '음식점업'이 대상에 포함됐고, 자연스럽게 단체급식업종이 속한 '기관구내식당업'도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중국 조선족과 중앙아시아 한인들을 위한 H-2(방문취업) 비자 보유자의 단체급식 취업이 가능해졌고, F-4(재외동포) 비자 보유자도 취업제한에서 해제됐다.

하지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E-9(비전문취업) 비자는 해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와 노동부는 음식점업에 외국인력 도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어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E-9 비자 보유자가 기관구내식당업에 취업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 학교급식 조리실 점령한 '조리실 환기' 이슈

'조리실 환기설비'는 2023년 학교급식 이슈를 요약하는 단어가 아닐 수 없다. 2021년 조리 종사자의 폐암 산업재해 인정으로부터 시작해 '산업안전보건법' 적용논의를 거쳐 전체 급식 종사자 일제 건강검진으로 확대됐고, 결국 수백여 명이 폐암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결국 조리 종사자 폐암의 주범으로 지목된 '조리흄'을 조리실에서 몰아내기 위한 논의가 본격화됐고, 구체화된 대안이 '조리실 환기설비 개선공사'였다. 교육부(부총리 겸 장관 이주호)는 조리실 환기설비 개선을 위해 2027년까지 수천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결정했고, 일선 시·도교육청은 앞다투어 환기설비 개선공사 착수했다.

그러나 막상 개선공사 논의가 시작되자 온갖 문제점이 도출됐다. 학교마다 천차만별인 조리실 사정과 학교급식 조리실에 맞지 않는 환기설비 기준 등이 발목을 잡았다. 이처럼 도출된 문제 해결을 위해 대규모 공사로 규모가 커지면서 어쩔 수 없이 급식이 제공되지 않는 겨울방학에 개선공사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환기의 핵심은 '급기' 설비인데 이를 배제한 '배기' 설비 위주 공사로 조리실 내 환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시점인 12월, 전체 환기설비 개선 학교의 1% 가량만 작업을 완료한 시점이어서 추후 환기설비 공사 방향이 어떻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 대변혁 맞이한 군급식, '우려' 보다 '기대'

오랫동안 '짬밥'이라고 불리며 단체급식의 부정적 이미지를 도맡아왔던 군급식이 올해 대변혁을 맞이했다. 지난해부터 국방부(장관 신원식)가 군급식용 식자재 조달체계를 기존 '수의계약'에서 '경쟁입찰' 체계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면서 변화의 조짐이 일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매년 단계적으로 수의계약 비중을 줄이고, 2025년부터는 완전 경쟁입찰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기존 수의계약을 담당해오던 농·축·수협이 반발하면서 경쟁입찰 비중 확대는 일단 보류됐다.

정작 가장 큰 변화는 의외의 부분에서 나타났다. 발단은 국방부의 장병 1인당 1일 기본급식량 폐지였다. 이를 통해 '선(先)식단 편성, 후(後)식자재 공급' 체계를 갖추게 된 일선 부대는 장병 선호도를 반영해 자율적으로 식단을 편성한 후 자체적으로 식자재를 구매했다.

그리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사장 김춘진)의 '공공급식통합플랫폼'을 통해 경쟁입찰로 식자재를 구매하기 시작하면서 군급식 수준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식자재 비용은 낮아지고, 낮아진 단가는 식자재 품질 향상에 투입되면서 군급식의 질과 양 모두 상승했다.

여기에 최근 국방부가 장병 선호도를 보장한 ‘자율선택형 급식체계’를 도입하겠다고 공언한 터라 군급식 변화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지고 있다.


▲ '위헌 판결' 식위법. 법령 정비 서둘러야

올해 5월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영양사의 법적 직무와 이 법적 직무를 하지 않았을 때 집단급식소 운영자에게 처벌을 내릴 수 있는 법 조항인 식품위생법(이하 식위법) 제96조에 대해 '죄형법정주의상 명확성 원칙을 위배했다'며 위헌 판결을 내렸다.

이 법 조항은 일부 소규모 사립유치원과 어린이집,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일삼아 온 '영양사 면허대여' 행위를 처벌하는 근거이기도 했지만, 이번 헌재 판결로 사실상 무력화됐다.

헌재의 판결 요지는 영양사 직무를 규정하는 법조문이 지나치게 포괄적인데, 이 중 일부를 수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식위법 96조의 처벌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따라서 위헌 판결을 받은 법 조항 개선을 위해서는 영양사 직무 범위 구체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이에 식약처는 판결 직후 법령 정비를 시작했으나 아직 눈에 띄는 성과는 보이지 않고 있다.

영양사 면허대여 행위를 처벌하는 법 조항 무력화가 길어지면 소규모 급식소를 이용하는 어린이와 노약자 등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서둘러 법령을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영양사 직군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강하게 나온다.

▲ 급감한 정부 세수, 학교급식에도 비상

2023년 초부터 예견됐던 세수 부족으로 학교급식 위기가 마침내 현실화됐다. 정부가 편성한 2024년도 예산안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지방교부금(이하 교부금)이 9% 이상 줄어든 것에 이어 올해 하반기 교부금마저도 23조 원이나 줄어들었다. 이는 경기 불황으로 인한 세수 감소가 원인이어서 현재로서는 뚜렷한 대책도, 대안 마련도 쉽지 않다.

무상급식비는 2022년에만 7조831억 원에 달했는데, 이 중 68.4%인 4조8443억 원이 교육청의 교부금이었다. 여기에 자치단체 지원금은 25%인 1조7726억 원이었던 터라 교육청과 자치단체 재정 상황이 동시에 악화된 것이다. 이 같은 세수 감소와 더불어 물가 폭등에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까지 겹치면서 2024년도 급식 운영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다행히 각 교육청이 2024년도 예산을 편성하며 그동안 적립해놓은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을 적극 사용하기로 하면서 일단 급한 불은 껐다.

이런 와중에도 상당수 교육청은 내년 무상급식비 단가를 5~10% 가량 인상했다. 문제는 재정 상황이 동시에 악화된 교육청과 자치단체가 무상급식비 분담 비율을 두고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아직 안심할 단계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 '돈벌이'로 전락한, 조리협회 조리경연대회

국내 최대규모 조리경연대회라고 자부했던 (사)한국조리협회(회장 김광익, 이하 조리협회)의 '2023 대한민국 국제요리&제과경연대회·공공급식요리경연대회(이하 경연대회)'가 참가자는 배려하지 않은 채 돈벌이에만 급급한 운영을 해 비난을 받았다.

특히 경연대회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사장 김춘진)로부터 '공공급식'을 명분으로 예산을 지원받은 것이 확인돼 비판이 더욱 커졌다.

특히 조리협회 측은 참가자를 위한 휴식 및 대기 공간을 마련하지 않아 참가 학생들이 대회장 복도 맨바닥에 누워 휴식을 취하거나 대회장 내 전시대에 기댄 채 잠이 든 모습마저 포착돼 비난이 거셌다. 여기에 경연대회가 열린 전시장 운영지침과 안전 규정마저 무시한 채 운영한 사실도 드러났다.

결정적으로 조리협회 측은 공공급식에 사용할 수 있는 레시피를 개발해 도입하겠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공공급식에는 사용하기 어려운 메뉴들을 수상작으로 선정해 비난의 목소리를 키웠다.

심지어 혈세를 지원받고도 결산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결국 조리협회는 각종 비판 속에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의 조사를 받은 후 차기 경연대회 운영에서 손을 떼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 관심 집중 '조리로봇' 마침내 모습 드러내

단체급식업계 초미의 관심사인 조리로봇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그동안 외식 분야에서는 간간히 조리로봇이 사용되어 왔으나 급식과 외식은 목적과 역할이 사뭇 달라 급식용 조리로봇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큰 관심을 끌어왔다. 특히 최근 심화되는 조리인력난의 대안으로 조리로봇이 주목받기도 했다.

그 첫 포문은 '2023년 우수급식·외식산업전(이하 급식전)'이었다. 무인 로봇을 개발하는 ㈜로보테크(대표 강삼태)는 급식전에 참가해 시간당 600인분 이상을 조리하는 국·탕·찌개 전용 로봇과 튀김·볶음로봇 등을 선보여 큰 관심을 받았다.

특히 지난 11월에는 몽골의 학교급식 정부 연수단이 직접 로보테크를 찾아 로보테크의 기술력을 체험하기도 했다.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감 조희연, 이하 서울교육청)이 선보인 협동조리로봇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한국로보틱스(대표 우종영)에서 개발한 협동조리로봇은 조리 종사자와 같은 공간에서 조리업무를 분업해 수행하는 로봇이다.

현재 서울교육청을 비롯한 일부 교육청들이 내년부터 조리로봇을 급식 현장에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어 초미의 관심을 받고 있다.

▲ '뇌물' 제공 방치한 대한영양사협회

(사)대한영양사협회(회장 김혜진, 이하 영협)가 주최한 '2023 식품·기기전시회(이하 전시회)'에서 영양(교)사들에게 '뇌물'로 인식될 가능성이 충분한 골드바 1돈(3.75g) 6개가 경품으로 제공돼 큰 파문이 일었다.

게다가 주최 측인 영협은 경품 제공 사실을 몰랐다고 항변하면서 골드바를 제공한 업체를 감싸려는 듯한 태도를 보여 더 큰 비판을 받았다.

농업회사법인 ㈜다솔(대표 강승봉, 이하 다향오리)은 지난 8월 열린 전시회에서 대규모 부스를 꾸미고, '황금을 잡아라'라는 이벤트를 열어 영양(교)사들에게 간단한 설문 작성을 대가로 추첨을 통해 골드바를 제공했다. 지난 8월 기준 골드바 1돈의 가격은 38만7000원.

다향오리는 실제로 단체급식소에 오리고기를 대량 납품하고 있는 업체며, 식자재 선택권을 가진 영양(교)사들에게 제공된 고가의 선물은 뇌물로 인식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영양교사 등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공직자는 골드바를 받는 순간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향오리 측과 영협은 골드바를 받은 사람이 공직자인지 여부조차 밝히기를 거부해 논란을 더욱 키웠다.

결국 영협의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장관 조규홍)가 조사에 나서 영협으로부터 추후 개선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 사상 첫 영양교사 출신 영양사협회장 선출

첫 영양교사 출신 (사)대한영양사협회(이하 영협) 회장이 탄생했다. 그 주인공은 송진선 부산광역시교육청(교육감 하윤수) 인성체육건강과 파견교사다.

영협 회장직은 그동안 대학 식품영양학과 교수들과 임상영양사들이 도맡아 왔었다. 하지만 지난 몇 년 지속적으로 제기된 영협의 투명하지 못한 운영과 영협이 오히려 영양사 직군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영협 회장직을 맡지 않으려는 경향도 강해졌다. 실제 차기 회장 후보로 지목된 영협 전·현직 임원 대다수가 후보 추천을 수락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와중에 첫 영양교사 출신 차기 회장이 당선되면서 급식 관계자들 사이에는 작게나마 기대감도 나왔다. 신뢰를 잃은 영협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관행을 깨는 노력이 필요한데, 신임 송 화장은 기존 관행을 깨는 인물이라 과거 인물보다는 낫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다.

동시에 직전 회장 2명이 영협 감사를 맡는 또 다른 관행을 깨고, 외부 공인회계사를 감사로 선출한 것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5년부터 영협 자문 회계사를 맡았던 김영일 한길회계법인 공인회계사는 내년부터 공식적으로 감사를 맡게 됐다. 일선 영양(교)사들은 앞으로 불투명한 영협의 회계가 앞으로 조금이나마 투명해지길 기대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 공공기관이 첫 공개한 영양사 평균 급여

처음으로 공공기관에서 집계한 영양사 직군 평균 급여가 공개됐다. 이번 공개를 통해 영양사의 평균 급여가 같은 직업군인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들의 평균 급여보다 훨씬 낮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심지어 단체급식소를 총괄하는 영양사보다 조리사의 급여가 더 많은 사례도 있는 것으로 보여 실망감을 더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장관 이정식)는 지난 9월 발표한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직종 중·소분류별 임금 통계에서 그동안 공표하지 않았던 일부 직종의 평균 급여를 세분화해 공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영양사 직군 평균 급여의 월 급여액은 257만3000원이었다.

이 같은 영양사 평균 급여는 영양사 직군이 포함된 중분류인 '보건·사회복지 및 종교 관련직' 평균임금 333만9000원에 턱없이 낮은 수준이었다. 반면 같은 중분류 직군인 간호사의 평균 급여는 346만7000원이었고, 대분류인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 직군의 평균 급여는 407만7000원이었다.

이번에 공개된 영양사 평균 급여에 대해 일선 영양사들은 "그동안 전국 각지에서 근무하는 영양사들이 줄기차게 요구해 온 '처우개선'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안유신·김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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