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 '식품안전문화' 구축을 희망하며
[나침반] '식품안전문화' 구축을 희망하며
  • 윤기선 경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 승인 2024.02.05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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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선 경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사)동아시아식생활학회장

 Column 나침반  '나침반'은 방향을 가리키도록 제작된 도구로, 배나 비행기 진로 그리고 목적지를 찾는 사람에겐 길의 방향을 잡아주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Column 나침반'은 급식 분야에서 누군가의 건강한 한 끼를 고민하는 분들과 맑은 지혜를 나누기 위해 마련했습니다. 
 

윤기선 경희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br>/ (사)동아시아식생활학회 회장.
··윤기선 교수.

최근 기후변화, 고령화, 1인 가구, 급식‧외식 증가, 식품 구매, 유통환경, 식품섭취 실태 변화 등 식재료 생산 단계부터 가공, 유통, 소비 전 단계에 이르기까지 식품 안전 확보가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해졌다.

국내 식중독 발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식중독 발생 건수는 비슷했지만 코로나19 발병 첫해인 2020년에는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이후 지난해 식중독 발생 및 환자는 코로나19 이후 '최고치'라 할 수 있는 442건(8309명)으로 증가했다.

시설별로는 ▲음식점이 230건·3012명 ▲학교 외 급식이 74건·1821명 ▲학교 등이 34건·1226명으로 가장 많은 식중독이 보고됐다. 특히 최근 고위험군인 영·유아가 있는 어린이집, 유치원 등 소규모 급식소의 식중독이 증가하고 있어 식중독 예방에 대한 새로운 각오가 필요한 시점이다.

집단급식소의 경우 노로바이러스가 주요 원인균으로 보고되는 가운데 최근 기후 온난화 등으로 급식환경은 더욱 위협받는 상황이다. 따라서 단순 위생교육을 넘어 급식 관련 종사자들의 가치관, 의식, 행동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제적으로도 식중독 등 식품으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고, 안전한 식품 관리 체계구축을 위해 국가별로 '식품안전문화(Food Safety culture)' 도입이 중요시되고 있다.

식품안전문화는 조직 내에서 식품 안전에 대한 사고방식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가치와 신념, 태도 및 행동, 규범을 의미한다. 식품을 다루는 조직에서 식품의 안전한 생산과 유통에 대해 책임자와 모든 직원의 의지가 매우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식품안전문화는 국제기구인 국제식품안전협회(Global Food Safety Initiative)의 요구사항으로, 식품안전관리시스템 인증을 위한 매우 중요한 평가항목으로 고려하고 있다. 그리고 식품안전문화에는 맥도날드, 네슬레, 코카콜라, 월마트 등 다양한 글로벌 식품기업이 동참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오뚜기가 '완벽한 품질로 건강한 식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비전의 식품안전문화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SPC그룹도 임직원들에게 식품안전문화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매일 건강하고 안전한 식품 섭취는 우리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다. 특히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단체급식을 통해 하루 필요한 영양소를 섭취해야 하는 어린이들에게는 안전한 급식이 세상에 대한 첫 번째 신뢰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고령화로 증가하는 실버타운, 요양원 등에서도 건강하고 안전한 급식 제공은 급식 종사자들에게 의무이자, 큰 도전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관련 종사자들은 자발적 또는 의무적으로 진행되는 식품위생교육을 통해 '식품을 다루는 안전하지 않은 행동이 식품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모두 인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급식에서 식품 사고가 일어나는 이유가 무엇인지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과연 우리에게는 어떤 인식 전환과 변화가 필요한가. 10여 년 전 영양사를 대상으로 식품위생교육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라디오에서 우연히 분식업으로 창업에 성공한 젊은 여사장님의 말씀을 듣게 됐다. 그분은 성공 원인을 'Quality, Service, Clean(이하 QSC)'라고 강조했다.

단체급식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이 매일 ‘QSC를 실천에 옮기며 건강하고 안전한 급식을 제공한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식품안전문화가 구축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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