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집들, 작은집 밥그릇 또 엿보나?
큰집들, 작은집 밥그릇 또 엿보나?
  • 설동훈 기자
  • 승인 2011.09.26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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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 유통업체들 추이변화 촉각세워

 

현재 식자재의 도·소매 유통사업에 진출을 꾀하고 있는 업체는 대상과 CJ프레시웨이 등 대기업 계열 식품업체와 풀무원 같은 전문 식품기업들로 알려지고 있다.

대상의 경우 자회사를 통해 식자재유통업 진출을 본격화한 상태이고 CJ프레시웨이는 유통에 필요한 대형물류센터를 건립했다.

또 풀무원의 경우 풀무원홀딩스가 10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업체를 통해 유통업에 진출해 있는 상태다.

이처럼 식자재를 생산하는 대기업들이 도·소매 유통에 경쟁적으로 진출하는 것과 관련, 업계에서는 이들 업체가 식자재를 대형식당이나 단체급식소, 그리고 프랜차이즈 외식업체 등에 유통하는 것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는 만큼 유통망을 세분화하고 다양화해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하려는데 따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물론 이들 업체의 식자재 유통업 진출이 순조로운 것만은 아니다. 대상의 경우 전국유통상인연합회 등이 중소기업청에 사업조정을 신청하면서 지난달 30일 ‘사업개시 일시정지’ 권고를 받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식자재 도·소매 유통사업의 대기업 진출을 놓고 중소 유통업체가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면서 학교급식 식자재 유통업체들도 이들 대기업의 학교급식 식자재 유통분야에 진출에 대해 촉각을 세우고 있다. 지금 당장은 대기업의 식자재 유통사업 참여가 중·소식당을 대상으로하는 영업에 국한되어 있지만 방향을 선회해 학교급식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할 경우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 대기업의 경우 학교급식유통은 생각지 않고 있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CJ프레시웨이의 관계자는 “CJ프레시웨이의 경우 지난 1999년부터 단체급식소와 관련 외식업소에 식자재를 공급하는 유통사업을 시행했고 최근에는 물류센터를 건립한 것으로 유통사업에 새롭게 뛰어든 것이 아니다”라며 “특히 학교급식의 경우 대리점을 통한 납품은 있을 수 있으나 학교급식 유통에 직접 진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학교급식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중소유통업체들은 의심의 눈길을 그치지 않고 있다.

한국급식식자재위생관리협회의 관계자는 “현재 대기업들이 학교급식 유통사업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학교급식을 염두에 두고 유통사업 분야를 확대 진출을 모색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돌고 있는 상황이어서 전국적인 유통망 조직을 점검한 이후 학교급식 유통에 진출하는 것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예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대기업의 학교급식 유통사업 진출이 무조건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학교급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위생과 안전이라는 점에서 대형 물류센터와 냉동·냉장 창고를 구비하고 식품이력추적이 가능한 대기업의 진출은 식품의 안전성 확보라는점에서 분명 긍정적인 요소가 있다.

하지만 영양(교)사들 사이에 인지도가 높고 자금력과 유통망 조직이 뛰어난 대기업이 학교급식 유통사업에 진출할 경우 가뜩이나 영세한 중소 유통업체들의 경우 경쟁력 확보가 어려워져 도산이 불보듯 뻔하다는게 관련 업계의 시각이다.

특히 최근 들어 학교급식의 입찰방식이 최저가 입찰제로 운영되면서 근근이 명맥을 유지해오던 중견 업체마저 줄줄이 도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의 진출은 학교급식 유통시장의 판도를 송두리째 바꾸며 중소 유통업체의 줄도산을 부추길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대기업들이 이익 극대화만을 추구한 나머지 학교급식 유통사업에 진출, 중소업체들의 도산을 야기한 후에 이익이 안되는 분야에서 사업포기를 할 경우 학교급식의 대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학교급식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업체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 입장에서 보면 학교급식의 식자재 납품은 매출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수익모델임은 분명할 것”이라며 “공산품 또는 식자재 비축이 용이한 대기업의 경우 저가입찰도 가능해 실제로 학교급식 유통사업에 진출할 경우 중소업체의 타격이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학교급식 입찰이 최저입찰제 추세이고 학교급식관리센터가 속속 설립되고 있다는 점에서 대기업의 학교급식 유통사업 진출이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는 대기업의 진출이 이루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역설적인 의미에서 제기되는 의견인 만큼 대기업의 학교급식 유통사업 진출이 이루어질 경우 식자재 시장과 유통업계에 미치는 파장은 가히
메가톤급이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학교급식은 청소년들의 건강유지와 함께 올바른 식습관을 심어주는 교육의 일부분이다. 이런 이유로 유통시장의 상황이나 업체의 동향에 따라 질적 변화 또는 공백이 야기되어서는 안된다.

따라서 학교급식 식자재 유통사업은 설령 대기업의 진출이 현실화되어도 어느 한쪽만의 희생만을 강요하게되는 일방통행식의 사업 진출이 되어서는 안되며 무엇보다 학교급식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기반에 두고 그에 따라 질적제고를 추구하는 차원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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