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헬스케어를 위한 제언
글로벌 헬스케어를 위한 제언
  • 허채옥 한양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 승인 2011.12.19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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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테리아

해외환자 메뉴개발을 위해 태국 방콕에 있는 외국인 전문 Bumrungrad 국제병원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마치 중동의 한 병원을 찾아온 것 같았다. 병원 현관 앞, 안내 데스크, 환자 인터뷰실 등 곳곳에서 검은색과 흰색 ‘부르카’를 입고 ‘히잡’을 쓴 많은 외국인 환자들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의료관광이 도입단계이지만 앞으로 Bumrungrad 병원과 같이 많은 외국인환자를 맞이하려면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할 때다.

국내 의료서비스 시장 육성과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의 진출 필요성 증대에 따라 정부에서는2009년 의료법의 개정과 함께 정부의 제도적 기반 마련과 정책적 지원이 시작되었다. 신성장 동력사업으로 ‘Medical Korea’, ‘ 글로벌 헬스케어’를 한국의료 국가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함이었다.

이후 우리나라 외국인환자 유치실적은 2009년도에 60,201명, 2010년도에는 연초 목표 7만명을 상회하는 81,789명에 이르렀다. 이와 같이 우리 의료서비스는 선진국 수준이며 가격경쟁력도 높아 외국인환자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외국인환자에게 제공되는 환자식과 영양서비스는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그러므로 성장잠재력으로 인식되는 고부가가치의 의료관광산업 확대와 발맞추어 나가기 위해서는 식문화, 종교 등의 차이가 고려된 외국인 환자를 위한 식단개발과 영양서비스를 위한 준비가 시급하다.

음식은 문화에 있어 중요한 요소이다. 외국인에게 그들의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메뉴개발을 하려면 해당국가의 식문화 배경이 바탕으로 되어야 한다. 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은 배가 고프다고 한다. 기름에 볶은 차오차이(炒菜, 볶음요리)에 길들여진 중국인에게 한국음식은 먹고 돌아서면 허기가 진다는 것이다. 러시아에서는 추위를 이기기 위해 고열량음식을 선호해 기름지고 당분 함량이 높은 음식의 소비가 많다. 기후가 만들어준 식습관이다. 그리고 러시아인도 식사량이 많다고 한다. 환자에게 식사량을 어떻게 조절할 것인지는 풀어야할 과제이지만 중국인이든 러시아인이든 그들의 식습관을 모르면 음식의 양 같은 것은 지나치기 쉬운 일이다.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고도 양이 부족해 만족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또 러시아의‘샤실리크’, 중동의‘쉬시 케밥’은 우리나라의 산적과 비슷하며 중국의 ‘만두’, 몽골의 ‘보어쯔’는 우리의 만두와 흡사하다. 이런 메뉴들은 외국인 환자식 개발에 있어서 우리 음식을 적용할 수 있는 중요한 팁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최초의 식이요법 책인 ‘식료찬요(食療纂要)’의 저자 전순의(全循義)가 서문에서“식품에서 얻는 힘이 약에서 얻는 힘에 비하여 절반 이상이 된다”고 했다. 외국인 환자에게 정성과 함께 식문화가 가득 담긴 음식을 제공한다면 그들에게 큰 감명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우수한 의료수준에 음식으로 힘을 더해 좋은 치료결과를 얻는다면 그들은 한국에서의 치료를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 외국인은 더 이상 신기한 사람이 아니다. 외국인 환자식에 대한 고민이 의료관광에 국한한 것은 아니며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에게도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다. 향후 더 많은 국가별, 질환별, 계층별 메뉴를 다양하게 개발하고 활용될 수 있도록 외국 인 환자 급식 및 영양관리 전문인력 양성 교육 프로그램을 구축해 나아가야 할 것을 제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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