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교사는 이렇게 기부한다
영양교사는 이렇게 기부한다
  • 김미숙 난우중학교 영양교사
  • 승인 2012.01.09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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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칼럼 - 김미숙 난우중학교 영양교사

아직도 ‘봉사는 기부다’라는 금전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 과거 상식으로 여겨지고 있던 기부에 대한 패러다임은 급변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이제 개념조차 바뀌고 있다. 과거 금전적으로 직접 도움을 주는 것이 ‘봉사’의 주된 의미였다면 오늘날은 자신이 가진 그 모든 것이 기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타인에게 도움이 된다면 개인이 가지고 있는 시간, 체력, 인맥, 예술적 재능, 기술까지도 기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과거 일방적으로 주는 것이 ‘나눔과 기부’였다면 현재의 그것은 기부자와 수여자에게 동시 만족을 주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중등영양교사회가 실천하고 있는 봉사활동은 ‘봉사는 기부다’라는 과거 개념을 탈피해 ‘재능 나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10년 배추 값 폭등으로 김치파동이 일어났을 때 서울중등영양교사회는 저소득층 학생 가정과 김장김치를 나누는 행사를 가졌다. 영양교사들의 재능을 십분 발휘한 본격적인 재능 나눔이었다.

2011년을 하루 남긴 지난 30일, ‘다문화가정 학생들과 함께하는 김치만들기 체험 행사’는 서울중등영양교사회의 두 번째 나눔 행사였다. 2011 다문화 멘토 겨울 드림캠프의 마지막 날 행사의 일환이었던 김치만들기는 이제 대한민국 국민이 된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게 한국 전통 식문화를 알려주고 체험할 수 있게 해준 산뜻한 기획이었다.

행사는 학생들이 재미있고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총 4개의 테마를 구성해 진행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본다면 천년김치여행(김치에 대한 O,X퀴즈), 김치 오감체험(김치 양념을 만드는 것부터 버무리기까지의 체험), 한국김치사진전, 유쾌한 포토김치(폴라로이드 체험사진 찍어주기) 등이다.

다문화 가정의 학생들은 행사를 통해 한국 전통 음식인 김치를 다시 보게 됐고, 스스로 만든 김치에 대해 굉장히 뿌듯해 하는 모습이었다. 소중한 추억을 간직하고자 사진을 한 장이라도 더 찍으려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행사를 준비한 우리들로선 1년의 피로가 한 번에 싹 가시는 듯한 기분이었다.

급식업무와 식생활 교육만으로도 늘 바쁜 영양교사들이지만 나눔 행사 앞에서는 나보다 ‘우리’를 생각한다. 잘 맞춰진 퍼즐같이 아무런 차질 없이 본 행사를 마치게 되자 우리 모두는 서로를 격려하기에 바빴다. 단체의 이익을 위한다거나 누구의 말에 힘을 실어주는 곳이 아닌, 영양교사들의 순수한 모임이기에 이런 행사가 가능했으리라.

또한 학생들의 웃음 속에서 서울중등영양교사회 영양교사들은 각자가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한 해 동안 열심히 잘 살아왔다고 격려해주는 그런 큰 선물을 받았으니 앞으로도 그 기쁨을 계속 채워가기 위해 소속 선생님들의 나눔은 계속될 것이다.

한편으론 많은 이들이 이런 ‘재능 나눔’에 동참했으면 한다. ‘재능 나눔’은 나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까지도 행복하게 하는 엄청난 마법이다. 행여나 실행을 망설이는 분들이 있다면 걱정하지 말고 적극 뛰어들어보길 권유한다. 아마 자기도 모르는 사이 행복 마법에 중독된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2012년에는 더욱 더 많은 이들이 나눔의 행사에 동참하고, 더욱 더 많은 학생들이 나눔의 행사에 참여해 우리 주위가 환해지길 소망한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옛말처럼 나 혼자가 아닌 ‘우리’가 함께 생각하고 실천할 때 우리의 나눔은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새해에는 어떤 인연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벌써부터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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