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납 비리업체 줄줄이 낙찰 … 軍 저질급식 우려
군납 비리업체 줄줄이 낙찰 … 軍 저질급식 우려
  • 김상우 기자
  • 승인 2012.05.04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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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사업청 “법원 탓” 항변 … 업계 “방사청 노력 부족” 일침

 


올해도 군 급식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했다. 지난해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고 질 낮은 건빵과 햄버거를 납품했던 업체들이 올해 실시된 입찰에서 줄줄이 낙찰 받은 것이다. 방사청은 비리업체들에게 ‘철퇴’를 내리겠다고 밝혔지만, 솎아내는데 실패했다. 급기야 정부가 직접 나서게 됐다. 장병들의 애꿎은 피해를 더는 지켜볼 수 없다는 것이다. 


비리업체들, 법원 집단 소송제기

방사청은 지난 1월부터 4차례의 계약심의회를 통해 비리 군납업체 20곳에 각각 3∼24개월간 입찰금지 제재를 내렸다. 지난해 8월 건빵과 햄버거 입찰 과정에서 가격을 담합한 5개 업체, 방사청 직원에게 뇌물을 제공한 9개 업체, 납품 계약을 이행하지 않거나 허위 서류를 제출한 7개 업체 등이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들 업체들은 법원에 대거 집단 소송을 제기해, 결과 15개 업체 중 12개 업체가 집행정지 처분을 받아내 올해 입찰에 참가할 수 있었다. 최종 유죄가 선고될 때까지는 방사청의 제재를 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결국 지난달 실시된 입찰에서 이들 업체는 증식용 건빵 41억여원, 골뱅이통조림 14억원, 전체 군납품 조미김 65% 등을 낙찰 받거나, 받을 예정이어서 향후 1년간 군에 납품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방사청, 항변 이유 있나

방사청은 급식 입찰을 맡은 6년 동안 비리 척결을 위해 제도를 고치는 등 노력을 다해왔다고 설명했다. 가령, 부적격 업체는 물론 부정한 방법으로 입찰에 참가하거나, 계획과 달리 질 낮은 식재료를 공급하는 등의 행위가 적발될 경우 입찰자격을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군납비리가 적발된 이후 방사청은 ‘군 급식체계 개선 공개토론회’를 개최하는 한편 제재도 강화했다. 그러나 비리업체들이 법원의 소송제기까지는 막을 수 없다고 밝혀 비리업체 근절에 한계가 있음을 내비쳤다. 방사청 관계자는 “비리업체들을 대상으로 입찰차단 규정 도입을 검토했으나 이는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고 가처분제도를 무력화시키는 위헌적인 것이라 도입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다르다. 방사청의 소극적인 태도는 결국 ‘법 다툼’에서 비롯되고 있다며, 무엇보다 군 장병의 건강을 우선시하는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A업체 관계자는 “방사청이 법을 논할 위치가 아니다. 반복되는 비리 근절을 위해 ‘선 조치 후 법 다툼’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며 “군 장병의 건강 보다 법이 우선이라는 그릇된 사고부터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사청 고위 관계자는 이 같은 지적에 “법적절차가 종결될 때까지 잠정적으로 입찰참가를 정지시키는 잠정 입찰참가 자격정지 등의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집행정지 신청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집행정지 신청 시 일정한 보증금을 납부하게 하고 기업이 본안소송에서 지면 이를 국고에 환수하는 방안 등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해 방사청의 적극적 노력이 부족했음을 간접 시사했다.

정부, 군납 일부 조달청에 맡겨

한편 방사청은 지난해 9월 국방위원회 소속 정미경 의원이 군납비리로 적발된 319개 사업과 관련해 82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내용을 폭로하면서 큰 곤경에 처했었다. 정 의원은 방사청이 설립된 2006년부터 2011년까지 16개 업체가 군납비리로 적발됐으나 방사청은 이들 업체와 재계약했다는 게 폭로의 요지다. 정 의원은 당시 “상식적으로 방사청과 업체 간 유착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라며 “도대체 방사청의 감독기능이 있기나 한 것이냐”고 질타했다.

결국 정부는 지난 2월부터 방사청이 맡던 가공식품류, 의약품류, 유류 등 몇몇 국방 상용물자의 일부를 조달청에서 맡게 했다. 또한 정부는 순차적으로 이들 품목 전체를 조달청으로 넘긴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조달청 관계자는 “현재까지 해당 품목을 전부 위임한 것은 아니고 일부만 맡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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