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 안전관리 구멍 ‘숭숭’ … 외부인 버젓이 관여
학교급식 안전관리 구멍 ‘숭숭’ … 외부인 버젓이 관여
  • 정재석 기자
  • 승인 2012.06.22 09: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교장·영양교사 “관행이어서 불법인줄 몰랐다” 해명

 


최근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대형 식중독 사고가 발생해 보건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초등학교 급식실에 외부인이 수년 동안 무단으로 근무한 사실이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외부인들은 교육공무원인 영양교사의 고유 업무까지 해왔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교육행정정보시스템(NIES· 이하 나이스)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나이스’란 모든 교육행정기관과 초·중·고교를 인터넷으로 연결, 개별 학교와 교육청 등의 27개 분야 행정업무를 통합관리하는 시스템으로 교육공무원이 아닌 사람은 접근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특히 식중독 등 급식사고가 발생할 경우 학교장과 영양(교)사를 비롯한 급식관계자에게 행정적 징계는 물론 사안에 따라 사법처리까지 3중 처벌을 내리도록 규정하는 등 급식실의 관리 문제가 학생들의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들 학교들은 영양교사가 대한영양사협회(이하 협회) 학교분과의 임원이라는 이유로 이 같은 사실을 장기간 방치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관할 교육지원청과 도교육청 역시 사실을 알면서도 그동안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영양사협회, ‘중앙회 아닌 학교분과 결정 운영사항’이다
해당교육청 감사 착수키로, 고의성 여부 따져 징계수위 결정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지자 교육당국은 이번 사안에 대해 해당 학교를 상대로 집중 감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학교급식실에 어떻게 들어왔나
경기 광명시 A초교의 영양교사 B씨는 협회 학교분과 임원으로 선출된 2009년 1월부터 최근까지 3년6개월여 동안 보조인력(이하 인턴)을 두고 학교 급식실에서 함께 근무했다.

또한 대구광역시의 국립 D초교에 C영양교사는 전국 학교분과 임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전직 임원이었던 것을 이유로 역시 같은 형태로 6년 가까이 인턴과 함께 근무해 왔다.  경기의 B영양교사는 ‘협회 업무를 볼 수 있는 사무실이 없다’는, 대구의 C영양교사는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인턴을 학교 급식실 등에 근무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들 인턴의 고용 형태는 협회의 산하단체인 학교분과에서 이뤄졌으며, 월 급여 125만원 또한 분과에서 지급해왔다. 즉, 인턴들은 협회 분과에서 파견된 형식이어서 학교에서 근무할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는 외부인인 셈이다.

이에 대해 교육당국은 학교 급식실에 보조인력을 둘 경우에는 반드시 식품위생법 등에 준한 채용공고를 통해 고용해야 한다는 현행법을 어겼다는 견해다.

급식실에서 무슨 일 했나
학교에 근무하는 영양(교)사는 식단 작성, 식재료의 선정 및 검수, 위생·안전·작업관리 등을 포함한 학교급식에 관한 업무를 총괄하며 모든 행정업무는 교육공무원 등 허가를 받은 자만이 접근할 수 있는 ‘나이스’를 통해 하도록 돼 있다.

고용된 인턴들의 주된 업무는 겉으로 협회 임원인 영양교사들의 협회 분과와 관련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이었으나 해당 영양교사들의 고유 업무를 대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인턴들은 이들 영양교사 개인에게 부여된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 ‘나이스’에 접근해 학교급식에 관한 업무까지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A초교 영양교사 “잘못인 줄 몰랐다”
이에 대해 경기 광명시 A초교 영양교사는 “(인턴이 영양교사 고유 업무를) 할 때도 있다. 인턴에게 업무와 관련해서 간혹 봐달라고 한 적은 있다.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며 “하지만 그런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든 업무를 직접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A초교 교장은 “부임 후 인턴이 학교 급식실에 근무하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했으나 관행처럼 이어져 왔다는 말에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영양교사의 업무까지 도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로 학교장으로서 관리감독의 책임을 느낀다. 바로 시정조치 하겠다”고 했다.

대구 D초교 영양교사 “급식업무 관여 안했다”
또한 익명을 요구한 대구 D초교 관계자는 “인턴이 영양교사 고유의 업무 일부를 관여한 것은 사실이다”며 “식자재를 발주하는 등 나이스에 접속해 급식보조 업무를 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D초교 영양교사는 “인턴은 자원봉사 형식으로 학교장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급식실에 가끔 들어오지만 주로 영양상담실에서 근무를 한다. 영양교사의 업무를 보조해주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D초교 교장은 “인턴이 학교에서 근무하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그와 관련해서 승인해 준 사실이 없다”고 일축했다.해당 교육당국 관계자는 “영양교사가 타인에게 공적인 업무를 위임했다면 잘못된 것으로, 사실 확인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교육당국 감사초점 어디에 두나
이번 사안에 대해 감사에 나설 경기도교육청은 우선 해당 공무원들의 ‘고의성’ 여부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고 설명했다. 단순 실수가 아닌 3년6개월 동안 계속 이어져 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관할 지역교육청과 도교육청이 사실을 알았는지, 알았다면 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나 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따져보기로 했다.

특히 경기도교육청은 전국 처음으로 특정감사팀을 꾸려 급식과 관련한 대대적인 점검에 나선 상황에서 불거진 이번 문제를 특정감사팀에 배정하기로 했다. 급식안전과 관련해 이번 사안이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정감사팀 관계자는 “교육공무원법 규정 가운데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며 “관련 공무원들의 고의성 여부를 가리는데 감사의 초점을 맞추게 된다. 징계 역시 고의성 여부에 의해 경중이 가려 진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국가공무원법의 ‘성실 의무’ 위반은 물론 지방공무원법상 ‘품위 유지 및 복무규정’에도 해당되는 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일이어서 곧 감사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 관계자도 “교육공무원의 업무를 다른 사람이 보조한 것이 사실이라면 국가공무원법 제56조 ‘성실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교과부 교육정보기획과 관계자는 “영양교사 본연의 업무를 다른 사람이 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며 “해당 학교에 대해 사실 관계 확인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편, 협회 학교분과 차원의 임의 인턴 고용 문제가 불거지자 경기 광명의 A초교측은 해당 인턴을 학교에 출근하지 못하도록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대한영양사협회는 공식입장을 통해 “산하단체인 학교분과에서 보조 인력을 채용하여 운영하고 있는 것은 중앙회 결정사항이 아닌 해당 분과의 결정 운영사항임을 밝힌다”며 “학교분과에서 보조 인력을 채용하는 경우 학교와의 공식적인 계약절차 등 규정에 합당하도록 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혀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