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안전하고 질 좋은 학교급식을 바라며
보다 안전하고 질 좋은 학교급식을 바라며
  • 노현경 인천광역시의회 교육위원회의원
  • 승인 2012.06.22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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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칼럼

▲ 노현경 인천광역시의회 교육위원회의원
지난해부터 학교급식의 질이 많이 떨어졌다는 학부모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았고 최근 들어서는 더욱 많아졌다. 특히 학교급식 식자재 계약방식을 학교급식전자조달(B2B)방식으로 전환한 후 이런 민원이 급격히 늘었다.

전에는 학교급식 계약이 면대면 계약(수의계약)이 많았지만, 이것이 학교급식 비리발생의 원인으로 지적되면서 교과부는 대안으로서 비면대면 방식의 계약을 권고했다. 이후 학교급식의 투명성은 많이 나아진 것 같았지만 또 다른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다.

B2B 방식은 일정 요건만 구비하여 등록하면 학교급식을 납품할 수 있어 가격경쟁만 하면 돼 납품 식자재의 품질, 시설, 위생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때문에 학교운영위원이나 급식소위원회에서 업체선정을 위해 서류심사는 물론 사전에 급식업체 현장을 방문해 시설, 규모, 식자재 제조공정 및 위생상태 등을 꼼꼼히 확인, 평가 후 선정하곤 했지만 계약방식이 바뀐 후로는 학운위의 현장점검이 거의 없어졌다.

현장점검을 통해 학교급식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4월16일 인천시 위생정책과, 인천시교육청 평생교육체육과 학교급식팀, 일선학교 학운위원들과 품목별로 업체를 선정해 12업체를 둘러봤다.

그 중 일부업체는 시설도 열악하고 작업환경이나 저장창고 등이 매우 비위생적이었다. 쌀, 잡곡을 쌓아 둔 저장고 바닥에는 쥐약이 아무렇게나 놓여있는가 하면 한 눈에도 아무 실효성이 없어 보이는 녹슨 에어커튼도 보였다. 작업용 칼과 도마를 넣어 두어야할 소독고에는 작업자들이 밥을 해먹고 씻어 놓은 밥그릇들과 수저가 버젓이 들어 있었다. 또 반품처리 시기를 8일이나 넘긴 깐 양파꾸러미가 속살이 변질된 채 그대로 냉장 보관되어 있기도 했다.

한 김치업체를 갔더니 원재료인 배추나 마늘 파 등 원재료의 산지 확인이나 제조과정의 위생상태를 파악할 수 없었다. 이 업체는 지방공장에서 제조된 완제품 김치를 주문받아 배송만 하는 유통 업체였다. 반면, 수십억 원을 들여 제대로 시설을 갖추고 HACCP인증까지 받아 운영하던 중견업체들이 지난 1년 사이 여러 개가 문을 닫았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가 방문한 업체와 나란히 있는 대형 업체 5곳 가운데 2곳이 부도로 폐쇄돼 있었다. 불과 1년 전만해도 인천에서 내로라하는 업체들이었는데 계약방식이 바뀌면서 오히려 시설과 인력 투자를 많이 한 업체가 가장 먼저 타격을 받고 문을 닫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학교급식의 질’이다. 무조건 낙찰만 되고 보자는 맘으로 온갖 편법이나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거나 납품업체 등록요건만 갖춘 후 사무실이나 제대로 된 시설 하나 없이 학교급식 납품을 하는 곳이 늘어나도 손쓸 방법이 별로 없다.

계약방식 변경 후 학부모들이 업체선정을 위해 현장방문을 하는 경우도 거의 없지만 관심 있는 학부모들이나 학운위원들이 업체선정 후 현장점검을 해도 때는 이미 늦었다. 계약 기간이 1~3개월로 워낙 짧다보니 이것에 크게 신경 쓰는 업체는 거의 없다. 결국 학교급식개선 방안이라고 바꾼 방식이 우후죽순처럼 급식업체의 증가는 가져왔지만 제대로 된 시설을 갖춘 업체들은 죽어가고, 학부모의 선택권도 제한되어 결국 학교급식의 질만 떨어지게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업체의 규모와 관계없이 학교급식의 안전성과 질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영세업체든 대형업체든 우리 아이들의 먹을거리를 다루는 업체는 기본 위생은 물론 안전하고 믿을 만한 식자재를 납품해야 한다. 최근 잇따라 발생한 인천지역 일부학교의 식중독 사고와 떨어진 급식의 질 개선을 위해 인천시교육청이 얼마 전 개선안을 마련해 일선학교에 보낸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계약방식의 탄력적 운용과 학교급식소위원회의 활동 강화, 납품업체 선정 시 사전 위생 점검 등으로 보다 안전한 학교급식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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