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학부모참여, 급식전문성 넘나든다
넘쳐나는 학부모참여, 급식전문성 넘나든다
  • 장윤진 기자
  • 승인 2015.04.03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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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지식 없는 비전문가가 전문가 점검… “문제있다”

최근 학교급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학부모의 활동과 참여가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학교급식 관계자들은 “학부모 참여는 신뢰성 향상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여러 기관에서 중복으로 학부모 점검단을 구성, 급식의 전문성 부분을 포함한 위생·안전 점검을 수시로 실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본지에서는 전국 영양(교)사 200명을 표본 추출해 172명(초등학교 142명, 중학교 14명, 고등학교 1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 학교급식에서 학부모가 참여하는 활동(중복응답)은 학부모 모니터링(27.27%)이 가장 많았고 ▲식재료 검수(23.73%) ▲학교급식 공개의 날 참여(15.99%) ▲만족도 조사(13.13%) ▲위생점검(9.25%) ▲식재료 업체 불시점검(4.04%) ▲이벤트 참여(2.36%) ▲배식·급식지도 도우미(2.03%) ▲식단구성 요청 및 평가(1.51%) ▲공동구매 업체 선정(0.17%) 순으로 나타났다.

 

 

기호에 치우친 간섭 배제돼야

그렇다면 영양(교)사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학부모 참여 활동은 뭘까? ‘식단구성 요청 및 평가’가 33.24%로 가장 높았다.

A 초등학교 영양교사는 “식단은 경제적인 측면과 영양 등 복합적인 면을 고려해 구성한다”며 “기호에만 치우친 비전문가의 간섭은 배제돼야 한다. 특히 본인이 선호하는 식재료, 자녀가 좋아하는 브랜드를 사용해달라고 대놓고 말하는 학부모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 ▲이벤트 참여(17.18%) ▲위생점검(15.57%) ▲만족도 조사(10.17%) ▲공동구매 업체 선정(9.58%) ▲배식·급식지도 도우미(6.58%) ▲식재료 검수(5.68%) ▲식재료 업체 불시점검 (4.79%) 등은 학교급식 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한 현재 학부모 참여 프로그램이 적당한지에 대해 10명 중 7명의 영양(교)사가 ‘너무 많다’(72.67%)고 응답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B 중학교 영양사는 “영양사와 조리사의 업무를 보고 당시에는 ‘힘들겠다’ ‘고맙다’고 격려하면서도 결국은 맛이 ‘있다’ ‘없다’로 평가한다”고 아쉬워했다.

주4~5회, 반복 설명 힘들다

 

현재 학교급식 현장에서는 다양한 학부모 참여가 진행되면서 ‘학교급식에 대한 신뢰도 향상’이라는 긍정적 측면의 결과도 있었다. 이번 설문에서도 학교급식에 참여한 후 학부모 94.18%는 학교급식에 신뢰를 갖는 것으로 조사됐다.

 

C 중학교 영양사는 “적당한 참여는 학교급식 신뢰도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식재료 검수에 참여한 한 학부모에게 그동안 학교급식에 불신을 갖고 있었는데 친환경, 저농약 농산물 사용을 보고 신뢰하게 됐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학교급식 관계자들은 갈수록 학교급식 담당업무를 지나치게 관여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일각에서는 “영양(교)사가 학교급식 책임자이자 전문가인데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전달하거나 지도, 감독, 감시의 시선을 보내 사기를 저하 시킨다”고 하소연했다.

모니터 아닌 감시 업무로 여겨

실제로 여러 기관별로 학부모를 참여시킨 다양한 점검단이 학교급식에 관여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관련 공무원, 소비자 단체 및 학교 학부모로 구성된 학교급식 점검단을 구성, 연 2회 이상 학교급식 위생·안전 점검을 위해 식재료 검수, 조리과정, 배식과정, 세척과정, 급식시설·설비 및 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교육부(교육청)에서도 학부모 점검단을 구성하고 지자체(시청과 구청 등)에서는 안심식재료지킴이라는 단체를 구성해 학교급식을 점검한다. 뿐만 아니라 각 학교 내에서는 학부모로 구성된 급식소위원회를 조직해 활동하고 있으며 일부 학교에서는 학부모 검수모니터링단을 결성해 주 1회 이상 학교급식 현장에 참여해 식재료 검수, 조리과정, 배식과정 등 급식의 위생 및 품질에 대해 직접모니터를 실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의 D 초등학교장은 “학부모가 직접 급식에 들어가는 식재료를 확인하고 위생모니터를 하면서 학교급식에 대한 이해와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각종 안전검사 및 위생점검이 수시로 이뤄지는 이러한 상황에 일선 학교에서는 점검을 받기 위한 급식을 하고 있다는 볼멘 소리도 터져 나온다.

아침 검수, 학부모도 부담 느껴

또 이런 점검단이 교육청 등의 관련 직원을 제외하곤 급식이나 위생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이 주축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즉 1~2회에 걸쳐 단발성 교육을 받고 ‘점검단’ 자격이 주어진 비전문가(학부모)가 전문가(영양(교)사)를 점검하는 꼴이라는 것. 이에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대부분의 영양(교)사는 ‘사기가 떨어진다’고 말한다. 이러한 실태는 본지에서 영양(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본지 조사결과 학부모가 학교급식에 참여하는 횟수는 주1회 미만(40.69%)이 가장 높았고 ▲기타 (21.10%) ▲주2회(19.18%) ▲주3회(4.66%) ▲주4회(3.48%) ▲주5회(9.89%) 순이었다. 기타로는 월 1회, 월 2회, 월 3회, 연 2회 참여, 주마다 다름 등으로 지역 또는 학교별 다양한 방문 횟수를 나타냈다.

현재 주4회 이상 학부모가 참여하고 있다는 E 초등학교 영양교사는 “매일 반복되는 설명, 다양한 학부모의 성향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며 “학부모들 역시 맞벌이로 참여 자체에 대한 부담이 높다. 학부모 참여 사업에 대해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F 초등학교 영양교사는 “모니터의 의미보다 점검, 감시의 의미를 갖는 학부모가 많은데 학교급식의 모니터링도 중요하지만 납품업체 등을 점검했으면 한다”며 “또 학부모 참여 증대가 먼저가 아니라 학부모 대상 식품안전 위생에 관한 교육의 기회가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 학부모와 마찰… 15.11%

또 식재료 검수 참여를 반대한 G 초등학교 영양사는 “식재료 검수 과정 참여를 의무화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이른 시간 참여하는 학부모와 바쁜 시간에 이를 응대해야 하는 영양사와 조리사 모두가 부담스러운 일이다”고 전했다. 이어 “학교 형편이나 실정을 모르고 무조건 친환경 급식을 원하는 학부모들도 있어 당황스럽다”고 털어 놓았다.

한편 영양(교)사 중 15.11%는 학부모와 마찰을 겪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와 마찰을 빚은 일이 있다는 H 초등학교 영양교사는 “자녀의 말만 듣고 항의하듯 지적하는 학부모도 있고 검식 중 고기류, 튀김류 등의 메뉴만 요청해 골고루 먹기와 남기지 않는 습관을 우선 실천해야 한다고 전하자 검식해야 할 급식을 그대로 버리는 학부모도 있었다”며 학부모 참여 활동의 애로사항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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