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설유치원 식단까지? 영양(교)사 ‘부글부글’
병설유치원 식단까지? 영양(교)사 ‘부글부글’
  • 김기연 기자
  • 승인 2017.10.15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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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민 의원, 유아교육법 일부 개정안 추진에 비판 쇄도“인력, 시설 확보 없이 영양(교)사의 일방적인 희생 요구”

현재 초등학교와 함께 운영되는 병설유치원의 급식을 별도 운영하도록 하는 유아교육법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큰 파문이 일고 있다. 인력 및 예산 확보 없이 별도 운영을 강제하는 것은 절차적으로 앞뒤가 바뀐 성급한 법 개정이라는 지적이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달 27일 기동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유아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에서 시작됐다. 이 법안의 골자는 병설유치원도 유아에게 적합한 별도 식단을 구성하고 식생활지도 및 영양상담을 실시하라는 내용이다.

병설유치원은 원생 수가 적어 급식시설이나 설비를 자체적으로 두지 않고 초등학교의 급식시설과 설비를 이용하고 있다. 또한 영양(교)사와 조리사도 별도로 없기 때문에 초등학교의 식단을 그대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유치원생만을 위한 식단 구성과 영양교육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 법안이 제출되자 영양(교)사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현행 시설·설비와 인력으로도 학교급식을 제대로 관리·운영하기가 벅찬데 추가 인력과 예산 등의 대안 없이 병설유치원 급식을 별도 운영하라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

경남 A학교 영양교사는 “한 끼의 중식을 제공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정치하는 사람들은 모른다”며 “초등학생만을 위한 급식도 식재료 선택과 검수, 조리인력을 고려한 효율적인 조리방법, 배식관리, 위생 등 업무가 과도한데 별도로 병설유치원 식단을 짜고, 심지어 영양교육까지 하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성토했다.

직접 기동민 의원실에 반대의견서를 제출한 제주 B학교 영양교사는 의견서에 “현행 인력과 시설·설비로는 별도의 식단 제공이 불가능하므로 전담인력을 추가 배치하거나 별도의 시설과 설비를 갖춰야 한다”며 “병설유치원의 급식을 초등학교로 떠넘기는 불합리한 실태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C중학교 영양사는 “이럴 바에는 차라리 병설유치원을 없애고 단설유치원을 세워 직접 영양사를 고용하라”며 “정치인들은 인지도를 높이려고 합리적 의견수렴 없이 법 개정에만 급급한 것 같아 화가 난다”고 말했다.

한편 급식 관련 법령의 기준과 적용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아교육법 시행규칙에는 100명 이상의 급식을 하는 유치원은 집단급식소로 신고하고 영양사 1명을 의무적으로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병설유치원은 100명 미만인 경우가 많아 별도 신고와 시설을 갖추지 않고 학교장이 원장을 겸임하고 있으며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집단급식소 신고대상으로 보지 않아 사실상 급식의 사각지대가 되어왔었다. 이 때문에 대부분 병설유치원은 급식관리의 효율성을 이유로 초등학교 급식시설을 함께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식품위생법에 명시된 집단급식소 신고기준은 1식에 50명. 따라서 체계적인 병설유치원의 급식을 위해서는 현행 식품위생법을 준용해 유아교육법을 개정해야 함에도 가뜩이나 과중한 업무와 책임으로 한계에 다다른 초등학교에 떠넘긴다는 비판이다. 또 학교급식법에 근거해 학교에 소속된 영양(교)사에게 단순히 급식시설을 함께 사용한다는 이유로 유아교육법에 따라 병설유치원 급식을 관리하라는 것 또한 모순이라는 주장이다.

전북 B중학교 영양교사는 “현행법에 따르면 학교 영양(교)사는 학교급식법을 따르도록 되어 있는데 유아교육법은 학교가 아닌 유치원에 해당하는 것으로 학교급식법과 상충된다”며 “단순한 법 적용의 문제뿐만 아니라 업무과중으로 인한 관리소홀로 위생사고 발생의 우려 또한 크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기동민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학교급식 현장의 어려움과 부족한 인력구조, 과중한 업무량 등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고 결코 급식실 종사자들의 일방적인 희생을 담보로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며 “이 법이 시급하고 취지가 옳다고 여겨 우선 법령 정비 후 인력과 예산 확보 등의 대안을 함께 내놓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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