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모든 단체급식 삼키는 ‘공룡부처’ 되나
식약처, 모든 단체급식 삼키는 ‘공룡부처’ 되나
  • 정지미·김기연 기자
  • 승인 2018.01.2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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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급식 지원 및 관리법안 쟁점은?]
“사익 추구 않으면 공공급식” 모든 단체급식 분야 해당
식단 작성, 식재료 구매, 심지어 포상까지 식약처 업무

[대한급식신문=정지미·김기연 기자] 지난달 29일 기동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제출한 ‘공공급식 지원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이하 ‘공공급식법’)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기 의원이 법안에서 내세운 제안 취지를 보면 ‘노인복지시설 등에 대한 급식관리 및 식생활교육’이다. 고령화와 독거노인 증가 등으로 인해 노인급식과 영양·위생안전이 중요함에도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으니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기존에 운영하고 있는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이하 어린이급식센터)의 인프라를 활용해 노인급식을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안을 보면 공공급식이라는 명칭 안에 기존의 모든 급식분야 ▲영유아보육법에 따른 어린이집 ▲유아교육법에 따른 유치원 ▲학교급식법에 따른 학교 ▲노인복지법에 따른 노인복지시설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른 사회복지시설 등 전 분야를 포함시켰다. 이 중 이미 학교급식과 유치원급식 등은 교육부가 관장하고 있고 복지시설 역시 보건복지부가 관리를 맡고 있다.

법안의 조문을 들여다보면  ‘사회복지시설 등 특정 사인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급식 및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는 기관, 단체, 시설 등에서 이루어지는 급식’이라고 공공급식을 규정하고 있다. 

식품위생법의 집단급식, 즉 단체급식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으면서 특정 다수인에 계속 음식을 공급하는 시설’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단체급식 자체가 사익을 추구할 수 없다는 뜻. 이를 토대로 보면 모든 단체급식은 곧 공공급식에 해당하는 것이다.

실태조사와 관리·감독, 개선명령과 포상까지

국방부의 군급식, 법무부가 운영하는 교정시설급식(교도소·보호소 등), 공공기관의 구내식당은 물론 심지어 일반 산업체의 구내식당 역시 ‘사익추구’보다는 ‘직원복지’를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공공급식의 영역으로 포함시킬 수 있다.

그리고 ‘공공급식 이용자의 영양증진과 위생관리에 필요한 지원에 대해서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명시한 것은 단체급식 전체를 가져가겠다는 목적이 뚜렷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관련 부처가 엄연히 다름에도 이 법안에 따르면 식약처는 단체급식소의 실태조사와 관리·감독, 표준모델 작성에 따른 적용 명령, 우수시설 평가 및 포상까지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시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예산이 동반되어야 하는데 예산을 사용하는 주체는 식약처가 아닌 타 부처임에도 이 같은 현실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타 부처는 “식약처가 권한만 갖고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것이냐”며 식약처가 ‘지나친 욕심’을 내고 있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식약처는 이미 집단급식소 설립 신고와 정기적인 위생점검으로 집단급식소를 관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위생점검은 식품위생법에 근거해 위반사항을 적발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지도하는 역할이다. 그런데 공공급식법에 따르면 식약처는 개선을 넘어서 표준모델을 개발해 적용시키고 우수한 곳은 평가 후 포상한다는 계획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는 타 부처의 권한을 침해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대표 박인숙)는 지난 23일 정부세종청사 국무조정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단체급식 업무를 식약처로 일원화하는 법안 추진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대표 박인숙)는 지난 23일 정부세종청사 국무조정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단체급식 업무를 식약처로 일원화하는 법안 추진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식약처 ‘전가의 보도’될 영양증진 및 개선

식약처가 내세우는 ‘전가의 보도’는 영양증진 및 개선이다. 영양증진은 식생활교육으로 이어지며 이를 위해서 폭넓은 업무를 규정했다.

우선 식약처는 ‘공공급식관리지원센터’를 통해 위생기준 이행 지도, 위생교육, 영양·식생활교육, 시설기준 지도를 맡기고 식단 작성 지원과 식재료 구매에 따른 정보제공도 맡긴다.

위생교육과 위생기준 이행 지도 등 위생안전과 관련된 사항은 식약처가 이미 맡고 있기에 큰 어려움은 없으나 이를 넘어서 식단 작성 지원과 식재료 구매까지 나서겠다는 뜻이다. 또 식단 작성은 급식소를 관리하는 영양전문가인 영양(교)사의 고유 권한이지만 식재료 선택 및 구매 또한 관여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공공급식관리지원센터’는 상위기관인 국가공공급식관리지원센터의 지원과 평가를 받는다.

이외에도 이 법안에서 언급된 ‘영양증진 및 개선’은 단체급식소에 큰 압력으로 작용될 가능성이 높다. 영양증진 및 개선을 위해 식단 작성과 식재료 선택마저 관여할 소지가 매우 다분하며 이를 위해 ‘식생활’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나설 가능성이 크다. 기존에 식생활개선운동과 친환경 식재료 사용 장려활동을 해온 농식품부와 농업단체들이 우려하는 지점이다.

이번 법안을 전체적으로 보면 기본 구조는 2008년 제정된 ‘어린이식생활안전관리특별법’(이하 어린이식생활법)의 기본 골격과 유사하다. 이 법의 시행으로 식약처는 2010년부터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단위로 어린이급식센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어린이급식센터는 적은 예산으로 매우 큰 효과를 보고 있는 대표적인 식약처의 사업으로 성장했고 매년 700억 원 이상의 사업비를 집행하고 있다. 법안에도 어린이급식센터의 기능을 확장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단체급식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어린이식생활법이 성공하자 식약처가 이 법을 토대로 부처 영역을 넓히려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면서 단체급식 전체를 어린이급식과 동일하게 보는 것은 잘못이라는 비판도 함께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어린이식생활법은 급식인원이 100인 이하인 어린이집, 즉 별도로 영양사를 고용하기 어려운 시설이 대상이다. 하지만 학교는 물론 대부분의 급식소에는 피치 못할 경우가 아니라면 영양(교)사가 근무하고 있다. 따라서 이 법안이 반드시 필요한 곳은 현재 어린이급식센터의 관리 하에 들어가는 100인 이하의 유치원 혹은 소규모 재가노인복지시설 등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

서울의 한 급식업체 관계자는 이 법안에 대해 “식약처의 의도가 모든 단체급식 업무를 다 가져가겠다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스스로도 무리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며, 때문에 그동안 관리 사각지대에 놓였던 유치원과 노인복지시설 급식 업무를 더욱 강화해 관리하려는 것이 목적일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이 같은 각계의 의견에 대해 기동민 의원실 관계자는 “해당법안은 현재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노인복지시설을 제도권 관리 하에 두려는 취지로 출발한 법안”이라며 “법안에 명시된 공공급식의 범위에 대해 반론이 있으면 토론을 통해 조절하면 되는 것이고, 상충되는 법안이 있으면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를 거쳐 대안을 도출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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