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먹거리 풀무원 식중독 원인, ‘판 계란’ 때문?
바른먹거리 풀무원 식중독 원인, ‘판 계란’ 때문?
  • 김기연 기자
  • 승인 2018.09.14 1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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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풀무원 푸드머스 급식 케이크 식중독 파문 분석 ①

-편집자주-
학교급식 식중독 사고를 유발시킨 후식용 케이크 문제가 깊은 파장을 타고 사회적 공분으로 이어지고 있다. 보건당국은 원인균 분석과 대응책을 내놓고 있지만 근본적인 구조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얼마든지 이 같은 사고가 재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높다. 이에 본지에서는 3회에 걸쳐 이번 사건의 원인에 대해 분석해 살펴보고자 한다.

 

지난 13일까지 무려 2207명의 식중독 환자를 발생시킨 풀무원 푸드머스의 '우리밀 초코블라썸케이크'.
지난 13일까지 무려 2207명의 식중독 환자를 발생시킨 풀무원 푸드머스의 '우리밀 초코블라썸케이크'.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지난 5일 부산 지역에서 처음 확인된 집단 식중독 증세는 이튿날부터 전국 곳곳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류영진, 이하 식약처)의 집계에 따르면, 식중독 환자 수는 지난 11일 오후 5시를 기준으로 2207명에 달했다.

교육부(장관 김상곤)와 식약처, 질병관리본부(본부장 정은경)는 지난 11일 최근 발생한 집단급식소 대규모 식중독 발생 원인으로 풀무원 푸드머스의 ‘우리밀 초코블라썸케익’을 최종 확정했다. 환자 가검물, 학교 보존식, 납품 예정인 완제품, 원료인 ‘난백’(계란 흰 자)에서 모두 동일한 살모넬라균이 검출되었고, 유전자 지문 유형도 동일한 형태로 일치했다고 확인했다.

풀무원 푸드머스가 의뢰해 더블유원에프엔비(경기 고양시 소재, 이하 제조업체)가 제조한 이 케이크는 급식 메뉴 중 후식으로 사용하기 위해 전량 완제품으로 납품됐다. 이 때문에 식재료 납품 시 검수를 담당하는 영양(교)사, 조리사가 제품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급식에 포함됐고 대규모 식중독 사고로 이어졌다.

살모넬라균이 제조과정에서 케이크를 오염시킬 수 있는 가능성은 많지만 이번 식중독 사건에서는 최초 계란이 밀가루와 섞일 때인 것으로 확인된다. 그리고 보건당국의 조사에서도 환자의 가검물과 학교 보존식, 완제품과 더불어 케이크의 원료인 난백에서 모두 살모넬라균이 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난백이다. 대부분 제과제빵 업체에서는 제품 제조 시 액상계란인 ‘전란’(껍질을 제거해 곧바로 조리를 할 수 있도록 만든 계란)을 사용하는데 전란에는 난백과 계란 노른자만을 모은 난황이 있다.

난백이 오염됐다면 일단 2가지 가설이 제기된다. 제조업체에 난백을 공급한 업체에서부터 이미 오염됐거나 제조업체의 제조과정 중 난백이 오염됐을 가능성이다.

업계와 교육청 등에 따르면 제조업체에서 낮은 제조단가를 맞추기 위해 액상계란이 아닌 가격이 저렴한 ‘판란’(판에 담겨 있는 계란)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판란은 껍질 조각이 조리과정에서 혼입될 수 있고, 계란껍질의 위생관리가 적절히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식중독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규모 식중독 역시 혼입 단계가 미확인된 상태이며, 케이크 제조과정에서 계란껍질이 혼입되어 살모넬라균이 감염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중에 판매되는 판 계란의 모습.
시중에 판매되는 판 계란의 모습.

하지만 이와 달리 난백을 제조업체에 공급한 업체에서부터 오염되었다면 더 자세한 조사가 필요하다. 난백 공급업체의 생산라인과 타 제조업체로도 납품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광범위한 조사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지난 11일부터 제조업체와 공급업체 등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식중독이 대규모로 발생한 지역 중 한 지역교육청 관계자는 “보건당국과 풀무원 관계자들이 해당업체 조사결과 살모넬라균에 감염된 계란껍질 때문이라고 확인해줬다”며 “다만 계란껍질이 어떻게 들어가게 됐는지는 아직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제조를 의뢰한 풀무원 푸드머스의 책임론 역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 식품유통업계 관계자는 “풀무원 푸드머스는 과거에도 이벤트를 통한 단가 하락 부담을 제조업체에 전가하는 행태로 수많은 비판을 받아왔었는데 이번 사태 또한 이 같은 과정을 통해 빚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풀무원 푸드머스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1일 풀무원 푸드머스는 이번 대규모 식중독 사고와 관련해 식중독 의심환자 치료비와 급식 중단에 따른 피해를 전액 보상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 사태 수습에 나선 상황이다.

푸드머스 관계자는 지난 1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언론에 공식적으로 밝힌 입장 이외에는 아직 언급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만 밝혔다.

일선 급식 관계자는 “이번 식중독 파문으로 인해 ‘바른 먹거리’를 내세운 풀무원 브랜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있고 메뉴에서 제외할 뿐만 아니라 이미 발주한 제품을 취소하는 등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며 “케이크뿐만 아니라 다른 풀무원 제품에 대해서도 학교 측과 학부모들이 거부하고 있어 이번 사건의 파장이 길게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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