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믿고 구매했는데 검찰 조사는 무혐의라니”
“브랜드 믿고 구매했는데 검찰 조사는 무혐의라니”
  • 김기연 기자
  • 승인 2019.06.03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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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상 ‘제조원’에만 책임 물어… 법조계 “예정된 결과, 법 보강 필요”
일선 영양(교)사, “대기업도 이젠 못 믿어… 제조방식에 더욱 관심 가져야”
(좌)지난해 9월 전국에 대규모 식중독 사태를 불러온 풀무원 푸드머스의 초코케이크 제품. (우)당시 식중독으로 인해 급식이 중단된 급식실의 모습.
(좌)지난해 9월 전국에 대규모 식중독 사태를 불러온 풀무원 푸드머스의 초코케이크 제품. (우)당시 식중독으로 인해 급식이 중단된 급식실의 모습.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전국 2200여 명의 학생들에게 식중독을 일으킨 초코케이크를 공급한 풀무원 푸드머스(이하 푸드머스)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려 공분을 사고 있다.

일선 급식 관계자들은 법의 허점을 강하게 질타하면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법조계에서도 현행법상 푸드머스의 무혐의 결정은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을 내놓아 향후 법 개정의 필요성에 무게가 실린다.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이의경, 이하 식약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은 지난해 9월 식중독 사태 발생 직후부터 푸드머스와 더블유원에프앤비(이하 케이크 제조업체), 가농바이오(이하 난백 공급업체)를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해왔다.

식약처는 이 중 가장 먼저 난백의 오염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케이크 제조업체로 납품한 혐의로 난백 공급업체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도 했다.

이 같은 수사 결과는 1월 18일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이하 서부지검)으로 송치됐고, 서부지검은 푸드머스에 대해서 지난 3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일단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판단이 법적인 근거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식품위생법 제4조(위해식품의 판매 등 금지)를 보면 ‘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에 오염되었거나 그러할 염려가 있어 인체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는 식품을 채취·제조·수입·가공·사용·조리·저장·소분·운반 또는 진열하면 안 된다’고 명시해놓고 있다. 처벌조항도 강력해 위반 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문제가 된 케이크는 푸드머스의 직접 생산이 아닌 OEM(주문자위탁생산방식) 방식으로 케이크 제조업체에 의뢰했고, 주문을 받은 케이크 제조업체는 생산에 필요한 식재료 주문까지 도맡았다.

납품 역시 푸드머스와 관계가 없다. 식품위생법 및 학교급식법에 의해 학교는 ‘집단급식소 식품판매업’으로 등록한 직납업체(유통업체)와만 직접 계약을 할 수 있고, 학교는 푸드머스 제품을 취급할 수 있는 대리점 권한을 가진 직납업체와 계약을 맺기 때문에 식품위생법상 ‘운반’의 책임에도 자유롭다.

다만 식중독 오염이 식재료에서 일어난 것이 확인됐고, 푸드머스가 케이크 제조업체로부터 완성된 케이크를 납품받아 보관 후 대리점과 직납업체를 거쳐 학교에 납품됐다면 푸드머스가 식품위생법상 ‘운반’을 한 것이라고도 볼 수도 있으나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법 해석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본지의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강남(유) 조성호 변호사는 “문제가 된 초코케이크는 푸드머스로부터 의뢰받은 기업이 생산한 것을 학교급식에 납품한 것”이라며 “법리적인 관점에서만 본다면 잘못한 것은 초코케이크를 생산한 업체이지 상표를 달고 납품한 업체가 아니므로 푸드머스를 사법처리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현행법과 판례를 보면 식품으로 인한 사고 발생 시 ‘식품 제조원’에만 책임을 묻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따라서 상당수 기업들은 OEM 혹은 임가공(주문의뢰자가 식재료 구매 후 생산시설만 임대받아 식품을 생산하는 방식) 방식을 택한다.

이런 방식은 매우 일반적이지만 이것이 학교급식 분야로 들어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대기업은 브랜드가 곧 경쟁력이기 때문에 식품위생사고로 인한 브랜드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생산시설 및 위생관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일부 유통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은 직접 생산이 아닌 OEM 혹은 임가공 방식으로 식품을 생산해 납품한 후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다.

특히 진입장벽이 낮은 학교급식에서는 중소기업들이 브랜드 대신 가격 경쟁력으로 응찰해 낙찰 받은 후 추후 문제가 생기면 ‘업체명을 세탁’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선 영양(교)사들은 보건당국이 법의 허점을 보완할 대책을 마련하는 동시에 영양(교)사 역시 식재료 주문 시 필히 생산방식을 확인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경북의 한 영양교사는 “영양(교)사들이 식재료를 선택할 때는 안전과 품질을 우선 고려하는데 그 기준은 대부분 브랜드와 인지도”라며 “문제가 됐던 케이크 역시 푸드머스가 아니었다면 많은 학교들이 선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교 내에서 식중독이 발생하면 영양(교)사의 경우 벌금에 신분상 처분까지 받을 수 있는데 무려 2200여 명의 학생들에게 식중독을 발생시킨 업체에게 아무런 처벌이 없다는 걸 누가 납득할 수 있는가”라고 꼬집었다.

경기도의 한 영양교사도 “영양(교)사는 푸드머스를 믿고 산 것이지 케이크 제조업체를 믿고 구매한 게 아니다”며 “법의 미비로 처벌이 어렵다면 보건당국은 당장이라도 납득할 수 있는 조치와 후속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조 변호사는 “식품 특히 학교급식은 일반 공산품과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다”며 “현행 제도에서 학교급식에서 납품되는 제품을 선택할 때 실제 제조업체는 어디인지, 어떤 과정을 통해 생산되는지, 상표를 부착하는 명의상 계약자의 책임은 어디까지인지 등 자세한 정보가 제공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무혐의 처분에 대해 푸드머스 관계자는 “검찰 측에 고의가 없었다는 소명과 함께 사고 당시 본사 차원에서 수습과 후속 대책을 위해 벌인 노력이 받아들여진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만 할 뿐”이라며 “푸드머스는 아직도 책임을 통감하고 있으며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 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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