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상태 들어간 서울시 '도농상생급식'
소강상태 들어간 서울시 '도농상생급식'
  • 박준재 기자
  • 승인 2023.04.07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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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간담회 열고 도농상생급식 전면 개편 내년 1월로 연기
“폐지는 이미 기정사실… 계획 추진 위해 시간 버는 것” 의견도

[대한급식신문=박준재 기자] 서울시(시장 오세훈)가 오는 7월 단행하려던 ‘도농상생 공공급식(이하 도농상생급식)’ 사업 전면 개편을 내년 1월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초 해당 사업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전면 개편 의지를 확인한 지 3개월 만이다. <본지 354호(2023년 2월 27일자) 참조>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서울시청에서 공공급식 사업에 참여하는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개편 시기를 늦추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자치구·지자체·농가·어린이집 등 이해관계자와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9월까지 최종안을 마련하고, 이를 내년 예산에 반영해 새롭게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내 한 공공급식센터의 관계자가 친환경 농산물을 검수하고 있다.
서울시내 한 공공급식센터의 관계자가 친환경 농산물을 검수하고 있다.

서울시가 이날 발표한 향후 개편 방향은 크게 2가지다. 당초 계획처럼 앞으로 모든 식자재 공급을 서울친환경유통센터(이하 올본)에게 맡기는 방법과 또 하나는 각 어린이집이 자율적으로 친환경 식자재를 구입하고 차액을 지원하는 방법이다. 서울시는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안을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도농상생급식은 서울시 기초자치단체와 전국에서 신청한 지방자치단체가 각각 1대1로 협약을 맺어 산지에서 생산된 친환경 식자재를 서울지역 어린이집, 지역아동센터 등에 직접 공급하는 사업이다. 2017년 서울 강동구와 전북 완주군이 처음 매칭된 이후 참여 자치단체가 매년 늘어 2020년에는 서울지역 13개 기초단체가 참여할 정도로 성장했다.

특히 식자재 품질이 좋아지면서 급식 수준이 향상되는 등 급식 만족도는 높아졌으나 특정 지역 식자재만 사용해야 하는 탓에 식단 편성의 자율성이 사라졌고, 식자재 공급망도 불안전했다. 여기에 식자재 검사 횟수가 크게 적어 안전성을 우려하는 학부모들도 많았다. 이러한 문제는 서울시의회 행정사무감사는 물론 일부 국회의원들도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2020년 이후 참여 자치단체는 더 이상 늘어나지 않았고, 2019년부터 참여했던 동대문구는 2022년 사업을 철회했다. 이에 따라 이용 어린이집 규모도 2020년 1731개로 정점을 찍은 이래 2022년 1564개로 줄어드는 등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해 오세훈 시장이 당선된 이후 정밀감사에 나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전면 개편계획을 발표했다. 개편의 요지는 지금과 같은 1대1 매칭이 아닌 올본이 모든 식자재를 공급하는 방안이었다. 

결국 이 계획에 따라 각 지역 센터운영비 등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친환경농업단체와 사업에 참여했던 자치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상황이 이렇게 치닫자 서울시는 당초 7월 전면 개편 시점을 내년 1월로 연기하며 일단 한 발 후퇴한 모양새라 향후 추이에 관심이 쏠린다. 

한편 일각에서는 서울시의 태도 변화에 큰 의미를 부여하면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시가 계획을 내년 1월로 미룬 것은 내부 사정 때문으로, 도농상생급식을 폐지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서울시 계획대로라면 올본이 어린이집의 급식 식자재 공급까지 맡게 되는데 아직 올본은 어린이집까지 공급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며 “서울시는 단지 시간을 끌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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