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목적 잊은 영양사학술대회… 비판 ‘여전’
‘학술’ 목적 잊은 영양사학술대회… 비판 ‘여전’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08.06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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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션 주제와 발표자 선정 등 ‘호평’ 속에 ‘혹평’도 이어져
끝내 ‘돈벌이’ 고수하는 영양사학술대회, “부끄럽다” 비난도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사)대한영양사협회(회장 김혜진, 이하 영협)가 지난달 27일과 28일 aT센터에서 ‘2023 영양사학술대회(이하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영협은 ‘국민영양·K-급식의 동반자, 우리는 영양사입니다’를 주제로 기조강연과 각 분야의 세션을 진행했다. 지난 몇 년에 걸친 코로나19 확산으로 위축됐던 학술대회가 팬데믹을 지나면서 정상화 단계를 밟고 있다. 대한급식신문은 학술대회가 열린 aT센터를 찾아 영양(교)사와 업계 관계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 편집자주 -

이번 학술대회 참가자 수는 코로나19 이전인 2017~2019년에 비해 확연히 줄어든 모양새다. 영협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학술대회를 서울 홍은동 스위스그랜드호텔(당시 그랜드힐튼호텔) 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바 있다. 당시는 개회식에만 1000명 이상의 영양(교)사가 참여하기도 했다.

사실상 이 시기는 영협이 국민영양관리법 제정과 영양사 보수교육 법제화 등 가장 ‘잘 나가던’ 시기로 학술대회 규모 역시 컸던 시절이라고 볼 수 있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된 2020년에는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온라인으로 개최됐고, 2021년에는 일산 킨텍스에서 온-오프라인으로 병행 개최했다. 그리고 방역이 완화된 2022년부터는 aT센터에서 개최하고 있다. 

aT센터로 옮긴 후부터 참가자는 눈에 띄게 줄었다. 올해 학술대회 개회식이 열린 aT센터 5층 그랜드홀은 좌석을 최대한 배치해도 500석을 넘기기 어렵다. 심지어 학술대회 첫날 개회식에는 이 중 절반 이상의 자리가 비어 축사에 나선 국회의원들을 머쓱하게 했다.

다만 함께 열린 ‘2023 식품·기기전시회(이하 전시회)’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전시회 참가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021년에 비해 2022년 행사에 관람객이 더 많았고, 올해는 2022년과 비슷한 것 같다”면서도 “전시 품목을 꼼꼼히 살펴보거나 상담 또는 질문하는 관람객은 지난해보다 줄어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영협 측은 올해 참가자 규모에 대한 대한급식신문의 질의에 “집계 중이다”고 답했다. 

긍정 평가 뒤이은 아쉬운 대목도

학술대회에 마련된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주류를 이뤘다. 기조강연보다 각 세션에 대한 호평이 많았다. 세션 주제와 발표자 선정이 적절했고, 새로운 인물을 선정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는 평가다. 특히 첫날 제2세션으로 진행된 ‘당뇨병 최신지견’은 전문적인 내용과 함께 영양 분야에 특화된 분석과 전망, 활용방안 등이 포함돼 큰 관심을 받았다. 

학술대회에 참여한 한 영양교사는 “최근 학교에 소아당뇨병을 가진 학생들이 늘어난 탓에 당뇨병에 대한 관심을 더 많이 갖게 됐다”며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아스파탐 등 인공감미료에 대한 정보도 폭넓게 다뤄 세션 강의를 끝까지 들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처럼 높은 호응을 얻은 세션이 있는 반면 좌석의 1/3도 채우지 못한 세션도 있어 대조를 이뤘다. 

점심도 없는데 참가비 ‘요지부동’

일부 호평에도 불구하고 이번 학술대회가 크게 비판받는 부분은 역시 ‘참가비’였다. 참가비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것. 영협은 1차 사전 등록(5월 22일~7월 11일)에서 영양사·교수·대학원생의 경우 1일 등록 시 5만 원, 2일 등록 시 9만 원을 받았다. 2차 사전 등록(7월 12일~20일)에는 각각 1만 원이 오른 6만 원, 10만 원이었고, 그 이후에는 7만 원, 12만 원이었다. 

대다수 영양(교)사들이 참가비가 비싸다고 느끼고 있는 가운데 가장 도드라진 문제는 ‘중식비’가 제외된 참가비라는 점이다. 영협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학술대회에서는 호텔에서 제공하는 중식을 포함해 1일 등록 6만 원, 2일 등록 시 11만 원을 받은 바 있다. 

결과적으로 중식비가 1만 원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대한급식신문이 2019년 학술대회가 열린 당시 그랜드힐튼호텔에 직접 확인한 바에 따르면, 1인당 점심용 도시락은 3만 원 남짓이었다. 즉 중식 미제공으로 참가비를 훨씬 더 낮출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은 셈이다. 심지어 영협은 온라인 등록도 참가비는 동일하게 받았다. 

더 심각한 것은 매년 문제가 됐던 지역 영양사회 ‘참가인원 할당’이 여전한 것으로 대한급식신문 취재 결과 드러났다. 이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는 적지 않은 갈등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영협 측은 “참가인원을 할당한 바 없으며, 세션별 학술프로그램 및 사전등록 안내를 홍보했다”고 답했다.

홀대받는 ‘업체’ 버려진 ‘카탈로그’

전시회에 대한 비판은 예년보다 더 컸다. 이번 전시회를 참가한 조리기기 업체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식품·기기전시회’를 표방하면서도 기기업체들은 홀대한다는 비판이 강하게 나왔다. 

가장 큰 문제는 장소였다. 영협은 2022년과 올해 학술대회를 위해 aT센터 2개 전시장 중 3층에 위치한 제2전시장을 사용했다. 하지만 제2전시장은 화물용 엘리베이터가 작고, 차량이 진입할 수 없어 중량과 부피가 있는 기기업체의 경우 이동에 큰 불편이 따를 수밖에 없다. 

또 타 전시장과 달리 훨씬 높은 지게차 등의 비용 때문에 부스 철수에 애로를 겪은 기기업체도 있었다. 특히 전시회가 폐막하는 오후 5시 이후부터는 지게차 비용이 2배 오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부 업체는 중장비 사용 대신 직원들을 대거 동원해 국솥 등을 최대한 분해한 뒤 화물용 엘리베이터가 아닌 일반 승객용 엘리베이터로 옮기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영협은 지난해에도 aT센터를 이용했기 때문에 기기업체들에게 제2전시장이 얼마나 불편한지 잘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영협이 제2전시장을 선택했다면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학술대회를 방문한 영양사들을 전시회로 많이 보내야 하는 영협 입장에서는 학술대회와 연결통로가 있는 제2전시장을 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시회의 고질적 병폐인 ‘무차별 사은품 살포’는 이번에도 재현됐다. 식품업체를 중심으로 사은품과 대용량 식품 샘플을 대량 제공했고, 일부 기기업체도 이에 동참했다. 너무 많은 사은품 탓에 대형 가방에 사은품을 욱여넣는 사람들의 모습도 자주 포착됐다. 하지만 사은품과 함께 제공된 적지 않은 제작비가 들어간 제품 카탈로그 등은 고스란히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2023 전국영양사학술대회와 함께 열린 식품·기기전시회장 내 쓰레기통에 참가업체 홍보용 카탈로그가 버려져 있는 모습.
2023 전국영양사학술대회와 함께 열린 식품·기기전시회장 내 쓰레기통에 참가업체 홍보용 카탈로그가 버려져 있는 모습.

이에 대해 영협 측은 “영양사들이 쾌적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면적이 넓은 제2전시장을 택했다”며 “전시한 기자재의 반출 운송 수단은 모두 참가업체의 선택사항”이라고 답했다.

목적 잊은 학술대회, 개선책 없나

이번 학술대회와 전시회를 지켜본 복수의 영양(교)사들은 영협이 학술대회의 본래 목적을 잊어버린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내놓았다. 

영양(교)사들에게 전문적이고 다양한 최신 정보를 제공하고, 사회 이슈를 선도하면서 궁극적으로 영양(교)사의 전문성 향상과 역량 강화를 위해 열리는 학술대회임에도 영양(교)사들이 온전히 학술대회에 집중할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영협은 애초에 학술대회와 전시회를 같은 장소에서 열면서 학술대회 일정 역시 전시회 관람을 전제로 짜고 있다. 

영협 학술대회 운영을 비판하며 6년째 학술대회에 불참한다는 한 영양교사는 “지금의 전시회는 영양(교)사들을 미끼로 참가업체들에게 고액의 후원을 강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지금처럼 학술대회와 전시회를 동시에 열면서 다른 행사인 것처럼 포장해도 외부에서는 그 속내를 다 알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학교 영양사도 “영양(교)사들에게 새로운 식품과 기기의 정보는 매우 중요하며 전시회 또한 제대로 운영된다면 유익한 행사가 될 수 있다”며 “외부에 오해 소지 없도록 학술대회와 전시회를 별도로 개최하면 두 행사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영협 측은 “학술대회 이후 일정 기간 온라인플랫폼에서 다시보기 서비스를 제공해 영양사들의 학술적 목적 달성에 노력하고 있다”며 “학술대회와 전시회는 각각 별도의 개별적 공간에서 운영되는 별도의 개별 행사”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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