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예산으로 운영되는 센터인데… 청탁금지법 대상 아니다 ‘떼쓰는’ 영협
다향오리, 경품제공자 밝히면 ‘청탁금지법’… 끝까지 모르쇠라면 ‘세법’ 위반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영양(교)사들에게 ‘뇌물’로 오해할만한 ‘고가 경품’을 제공해 논란을 빚었던 (사)대한영양사협회(회장 김혜진, 이하 영협)와 해당 업체가 논란 이후에도 재발방지 약속 대신 오해를 증폭시키는 대응을 계속 이어가 비판이 더 커지는 모양새다.
대한급식신문 취재에 따르면, 농업회사법인 ㈜다솔(대표 강승봉)은 영협이 지난 7월 27일과 28일 서울 aT센터에서 개최한 ‘2023 식품·기기전시회(이하 전시회)’에서 골드바(1돈) 6개를 경품으로 내걸고 영양(교)사들에게 제공했다. 해당 업체는 ‘다향오리’라는 브랜드명으로 부스를 차리고 ‘황금을 잡아라’라는 이벤트를 열어 영양(교)사들에게 간단한 설문 작성을 받은 뒤 추첨을 통해 골드바를 제공했다. <대한급식신문 366호(2023년 8월 28일자) 참조>
골드바는 기본적으로 고가일 뿐만 아니라 즉시 현금화가 가능한 ‘금품’에 해당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경품이나 선물로 제공이 쉽지 않다. 법조계에서는 학교나 공공기관, 군부대, 보건소 등 공공 분야에 근무하는 영양(교)사들이 이 골드바를 받았다면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과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이하 이해충돌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불에 기름 뿌린 영협 해명
영협은 지난달 30일 홈페이지에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 법률에 관한 진실’이라는 공지글을 올려 “참가업체의 이벤트 경품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진행되어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 제외 대상”이라며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확한 내용을 안내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협의 이 같은 공지로 오해가 더 커지고 있다. 청탁금지법의 주무 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김홍일, 이하 권익위)의 해석과 배치되기 때문. 권익위는 2018년 홈페이지에 게시한 ‘청탁금지법 질의응답’에서 불특정 다수의 범위에 대해 정의했다. 당시 권익위는 ‘경연·추첨의 경우 응모·신청의 대상자가 불특정 다수인으로 열려 있어야 하며,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는 공직자 등만 경연·추첨의 응모·신청에 대상이 되는 등 범위가 극히 제한되어 있다면 금품수수가 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즉 다향오리와 직무 관련성이 있는 영양(교)사에게만 응모 및 추첨의 기회가 주어지고, 당첨된 영양(교)사 공직자라면 금품수수가 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리고 해당 전시회는 애초 영양(교)사와 급식 관계자를 위한 행사였으므로 응모 및 추첨의 기회가 제한된 경품이라고 볼 개연성도 높다.
영협 공문, 영양(교)사가 대상
영협이 행사를 앞둔 지난 7월 공지한 ‘2023 식품·기기전시회 참가 안내’를 보면 ‘우리 협회는 최신 식품 및 기기 등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영양사의 효율적인 급식 관리에 도움을 드리기 위해 오는 7월 27일~28일 aT센터 제2전시장에서 2023 식품·기기전시회를 개최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영협이 각 기관 및 업체에 보낸 공문에서도 ‘전시회 관람 대상은 영양사 및 영양교사, 관련학과 교수 및 학생, 관련기관 및 단체 관계자’라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경품 수령조건이 ‘영양(교)사’였다는 사실이다. 전시회 다향오리 부스에 있었다는 다향오리 관계자는 “그날 경품은 ‘영양사’만 받았고 영양사가 아닌 사람은 자격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참가 자격이 제한되어 있는 행사에서 특정 업체와 직무 관련성이 있는 특정 면허를 가진 사람에게만 경품을 줬다는 것인데, 불특정 다수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수사기관의 명확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센터 직원, 청탁금지법 제외?
어린이·사회복지급식관리지원센터(이하 센터) 직원의 청탁금지법 적용 여부에 대한 영협 해명도 도마 위에 올랐다. 영협은 지난 7일 홈페이지에 또 다른 공지사항을 통해 “권익위의 자료에 따르면, 산학협력단이 학교 소속기관이 아닌 별개의 법인으로 운영된다면 법 적용 대상인 공공기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대부분 대학에서 산학협력단은 별도 법인으로 관리·운영되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 공직자 등에 해당하지 않아 청탁금지법 미적용”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공지가 나오자 일선 센터 직원들은 격하게 분노하고 있다. 영협이 현행 법체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센터 소속 영양사들의 범법행위를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센터가 맡는 어린이·사회복지급식관리 업무는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 이하 식약처)와 각 자치단체의 예산을 지원받아 운영하는 공무로, 이 같은 공무를 위탁·운영 받은 민간단체 및 개인은 청탁금지법에서 규정하는 ‘공무수행사인’에 해당된다. 청탁금지법 제11조에 명시된 공무수행사인은 ‘공적인 일을 하는 민간인’이며, 영협도 보건복지부와 식약처로부터 영양사 대상 법정교육 운영을 위탁받고 있기 때문에 공무수행사인이다. 그리고 공무수행사인은 공공기관, 공직자 등과 똑같이 청탁금지법이 적용된다.
지역의 한 센터 팀장은 “영협의 공지를 보고 너무 화가 나 참을 수가 없었다”며 “몰라도 이렇게 모를 수가 있나 싶었고, 이런 내용을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당당하게 공지로 올리는 영협의 ‘무지’를 깨닫게 돼 차라리 허탈했다”고 말했다.
다향오리, 세법 위반 의혹도
이 와중에 다향오리 측에 대한 새로운 의혹도 터져 나오고 있다. 다향오리가 세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5만 원 이상의 경품은 원천징수 의무가 발생해 경품가격의 22%를 제세공과금으로 납부해야 하며, 경품제공자는 원천징수 신고를 위해 경품수령자의 인적사항을 확인해야 한다. 제세공과금은 일반적으로 경품수령자가 내는 것이 관례지만 경품제공자가 대납해도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다만 경품수령자의 인적사항을 확인하지 않으면 경품제공자가 원천징수 의무를 이행할 수 없어 이는 세법상 위반에 해당된다.
다향오리 측 언론홍보를 대행하고 있다는 박모 과장은 “(제세공과금을 경품수령자가 부담했느냐는 질문에)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변했다. 이처럼 꼬리를 물고 있는 온갖 비판과 의혹에 영협과 다향오리 측은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 영협 측은 “(불특정 다수에 대한 해석을 묻는 질문에) 검토 중에 있다”고만 해명했고, “(답변을 거부하겠다는 뜻이냐는 질문에도) 검토 중에 있다”며 동일한 답변만 되풀이했다.
다향오리 측 법무 담당자라고 밝힌 관계자는 “(경품수령자의 공직자 여부를 확인해달라는 대한급식신문의 요청에) 무작위 추첨으로 준 것이어서 누구에게 주었는지 알 수 없다”는 입장만 밝힌 후 이어지는 취재에는 확인을 거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