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영협 ‘식품·기기전시회’, 영양(교)사 범죄자 만드나
[이슈] 영협 ‘식품·기기전시회’, 영양(교)사 범죄자 만드나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08.28 1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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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향오리, 영협 전시회서 영양(교)사 대상 ‘골드바’ 6개 제공
식자재 발주하는 영양(교)사, ‘이해충돌’에 ‘청탁금지법’ 문제도
“큰 좌절감 준 ‘학교급식 리베이트 사건’이 떠오른다” 비판 거세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사)대한영양사협회(회장 김혜진, 이하 영협)가 지난달 27일부터 28일까지 서울 aT센터에서 주최한 ‘2023 식품·기기전시회(이하 전시회)’에서 한 식자재 업체가 경품으로 ‘골드바’ 1돈(3.75g)을 영양(교)사들에게 제공한 것으로 확인돼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전시 기간 ‘골드바’ 6개 제공

대한급식신문 취재에 따르면, 농업회사법인 ㈜다솔(대표 강승봉)은 전시회 기간 골드바 1돈을 경품으로 내걸고, 영양(교)사들에게 제공했다. 해당 업체는 전시회에서 ‘다향오리’라는 브랜드명으로 대규모 부스를 차리고 대대적인 홍보를 펼쳤다. 그러면서 ‘황금을 잡아라’라는 이벤트를 열어 영양(교)사들에게 간단한 설문 작성을 받은 뒤 추첨을 통해 골드바를 제공한 것이다. 

지난 8월 24일 기준 한국금거래소에 공시된 골드바 1돈의 가격은 38만7000원이다. 골드바는 기본적으로 매우 고가일 뿐만 아니라 즉시 현금화가 가능한 ‘금품’에 해당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경품이나 선물로 제공하기 어려운 품목이다. 

지난 7월 27일과 28일 대한영양사협회가 주관한 '2023 식품·기기전시회'에 참여한 다향오리 부스. 이벤트를 통해 골드바를 제공한다는 배너가 버젓이 세워져 있다.
지난 7월 27일과 28일 대한영양사협회가 주관한 '2023 식품·기기전시회'에 참여한 다향오리 부스. 이벤트를 통해 골드바를 제공한다는 배너가 버젓이 세워져 있다.

게다가 급식소에서 식자재 선택권을 가진 영양(교)사에게 식자재 공급업체가 금품을 제공하는 행위는 ‘이해충돌’ 문제가 될 소지가 크고, 골드바를 받은 영양(교)사가 해당 업체 제품을 구매하면 사실상 ‘뇌물’ 수수가 성립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공공기관 영양(교)사 많은데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골드바 수령자가 ‘공직자’ 혹은 ‘공무수행사인’일 경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과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이하 이해충돌방지법)’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공직자의 경우 직무와 관련해 어떠한 금품도 받으면 안 된다고 청탁금지법에 명시돼 있다. 즉 교육기관에서 근무하는 영양교사 혹은 교육공무직 영양사, 공공기관과 군부대, 보건소 등에 소속된 영양(교)사는 모두 청탁금지법 및 이해충돌방지법의 적용을 받는다. 여기에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이하 센터)와 복지시설 소속 영양사들도 청탁금지법상 공무수행사인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해당 업체 측은 경품 수령자의 신분 확인을 거부하고 있다. 대한급식신문 취재에 따르면, 다향오리는 전시회 기간 총 6명에게 추첨을 통해 골드바 1돈씩을 제공했고, 당첨자 확인 시 영양사 신분을 확인했기 때문에 수령자가 공직자인지 아닌지 확인이 가능하다. 하지만 다향오리 관계자는 대한급식신문과의 통화에서 “내부 검토 결과 개인정보에 해당되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답변했다. 

‘공직자’라도, 아니라도 ‘문제’

해당 업체가 수령자 명단 공개를 거부하면서 비판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어떠한 경위에서든 식자재 업체가 골드바를 제공하고, 골드바를 영양(교)사가 받았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다.

지난해 퇴임했다는 경기도의 전직 학교장은 “경품이든 아니든 어떤 경위로든 영양(교)사가 골드바를 받은 사실부터 잘못됐다”며 “영양(교)사는 공직자로서 청탁금지법에 따라 직무와 연관해 어떠한 금품이나 대가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가 교장이라면 받은 영양(교)사를 즉시 문책하고 반납을 지시했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지역교육청의 한 청렴담당 주무관은 “경품으로 받았든 추첨으로 받았든 직무 연관성이 큰 업체로부터 금품으로 볼 수 있는 것을 받았다는 사실은 결코 그냥 넘길 수 없다”며 “‘경품으로 줬으니 받아도 되는 줄 알았다’는 해명이 정상참작의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역의 한 센터 관계자도 “대학 등이 위탁받아 센터를 운영할 경우 소속 영양사는 청탁금지법 적용을 받는 대학 임직원이 되기 때문에 골드바를 받는 행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식품의약품안전처 지침에도 ‘청렴’ 항목이 포함돼 있어 센터 영양사는 업체, 어린이급식소, 학부모 등 누구에게도 어떠한 대가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교육한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공공성이 없는 분야의 관계자들도 우려를 나타냈다. 한 대형위탁급식업체 관계자는 “기업은 청탁금지법 대상이 아니지만, 청렴의 중요성을 잘 아는 만큼 소속 영양사들에게 청렴교육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며 “만약 소속 영양사가 식자재 업체로부터 골드바를 받았다면 그냥 넘어갈 수 없는 행위며, 반드시 경위를 확인해 해당 영양사의 그간 식자재 발주현황 등을 살핀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영양교사는 “식자재 업체 홍보영양사가 찾아와 샘플을 내미는 것도 부담스러운데 업체가 작정하고 ‘뇌물’을 주겠다는 뜻처럼 느껴진다”며 “누가 받았는지는 몰라도 학교 영양(교)사는 아니길 바란다”고 우려했다.

불특정 다수라 문제가 없다?

일각에서는 청탁금지법상 금품 수수 등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내놓지만, 이에 대한 반박이 더 신빙성을 얻고 있다. 

청탁금지법 제8조 3항에 ‘불특정 다수인에게 배포하기 위한 기념품 또는 홍보용품 등이나 경연·추첨을 통하여 받는 보상 또는 상품 등은 수수를 금지하는 금품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다. 하지만 이는 이번 골드바 제공과는 사뭇 다르다. 영협의 전시회는 다향오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영양(교)사들이 절대다수인 행사라 ‘불특정 다수’라는 명제가 성립하지 않고, 골드바 1돈은 지나치게 고가인데다 직무 연관성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소속의 한 변호사는 대한급식신문과 통화에서 “영양(교)사들이 절대다수인 전시회에서 식자재 업체가 식자재 선택권을 가진 영양(교)사만 추첨해 골드바를 준 것인데 어떻게 불특정 다수가 되나”라며 “모든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추첨이 아닌, 업체는 ‘설문조사에 참여 시 추첨해 골드바를 주겠다’는 뜻을 명확히 하고, 영양(교)사는 ‘골드바를 받을 목적으로 설문조사에 참여’한 만큼 ‘대가성을 가진 금품수수’로 볼 개연성이 더 높다”고 지적했다. 

영양(교)사들, 거센 비판 쏟아내

다향오리의 골드바 제공 사실을 접한 대다수 영양(교)사들은 거센 분노를 표하고 있다. 식자재 업체가 자사의 이익을 위해 선량한 영양(교)사들을 범법자로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다. 

인천지역의 한 영양교사는 “영협 학술대회·전시회의 행태가 수준 이하라 몇 년째 불참하고 있는데 골드바를 제공했다는 소리를 듣고 너무 화가 나 참을 수가 없었다”며 “해도 너무한 것이 아니냐”고 분노했다. 

세종지역의 한 영양교사도 “2016년 모든 영양(교)사들에게 깊은 좌절감을 안겨준 ‘학교급식 대규모 리베이트’ 사건이 떠올랐다”며 “해당 업체는 어느 직종에서 근무하는 영양(교)사에게 골드바를 준 것인지 투명하게 밝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장 영양(교)사들의 성토와 달리 다향오리 측은 거짓 해명으로만 일관하고 있다. 대한급식신문의 수령자 ‘공직’ 여부 확인 요청에 최초 다향오리 관계자는 “6명에게 영양사 신분 확인 후 제공했고, 명단을 확인 후 공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법무담당이라는 관계자는 “무작위 추첨으로 준 것이어서 누구에게 주었는지 알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달라진 답변에 대해 재차 확인을 요청하자 “보다 자세한 내용을 파악 후 공식 입장을 전달하겠다”고 했으나 끝내 추가 답변은 하지 않았다. 

서울지역의 한 영양교사는 “다향오리 골드바 제공으로 영양(교)사들은 잠재적 ‘뇌물수수’ 의혹을 받게 됐고, 또 앞으로 다향오리 제품을 발주하면 ‘혹시 골드바를 받았나’라는 의심을 피할 수 없게 됐다”며 “다향오리와 영협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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