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내 산안법·중대재해법 갈등, 해법있나
학교 내 산안법·중대재해법 갈등, 해법있나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08.04 1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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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교육감협의회, 제91차 정기 총회에서 안건으로 의결
“학교 특수성 감안한 산안법 적용 가이드 마련돼야” 요구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학교 현장에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각종 갈등의 해법이 나올 수 있을까. 시·도교육감들이 학교 현장에 적용할 산안법·중대재해법 관련 가이드를 고용노동부(장관 이정식, 이하 노동부)에 재차 요구했다. 그러면서 현재 ‘교육청’ 단위로 지정된 사업장 단위를 변경해달라는 요구도 덧붙였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회장 조희연 서울교육감, 이하 협의회)가 현재 학교에 적용되는 산안법·중대재해법과 관련한 적용 단위를 학교에 맞도록 개편해야 한다고 공식 요구했다. 협의회는 지난달 20일 경기교육청 남부청사에서 이주호 교육부총리와 간담회 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91회 총회를 개최했다. 

협의회는 “서울시의 경우 본청과 직속기관, 사업소를 각각 별도의 사업장으로 판단하고 있는 반면 서울교육청의 경우 1068개 학교 및 교육기관이 하나의 사업장으로 되어 있다”며 “이는 현행 법령 체계에 맞지 않아 반드시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91차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 모습.
제91차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 모습.

이어 “학교 및 교육기관은 교육 서비스가 주된 업무로, 작업환경이나 위험성 정도가 건설업·제조업 등과 현격한 차이가 있음에도 이에 대한 고려가 없어 관련 법 적용과 안착에 어려움이 발생하는 등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며 노동부와 교육부를 향해 “학교 등에 적용할 산업안전보건과 관련 별도 규정(법령) 마련과 시·도교육청(학교 포함) 안전보건관리 운영 실태 조사 및 컨설팅 실시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학교 현장만을 위한 가이드 절실”

노동부와 교육부는 지난 2020년 산안법 개정안을 적용하기로 하면서 적용하는 사업장 단위를 교육청으로 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여러 갈등이 빚어졌다. 대표적인 것이 현장에서 근로자들을 직접 지휘·감독하는 법령상 ‘관리감독자’를 누구에게 맡기는지였다. 이처럼 ‘직접 지휘·감독’이라는 법조문 때문에 사실상 산업재해 발생 시 책임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급기야 급식실 조리 종사자들에 대한 교육·관리를 담당하던 영양(교)사들은 관리감독자 지정에 격하게 반대했고, 결국 일선 학교장이 관리감독자로 지정되면서 갈등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최근 다시 관리감독자 산하에 ‘업무담당자’로 영양(교)사를 지정한다는 교육부 지침이 내려오면서 현장에 영양(교)사들은 반대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이와 연관되어 ‘현업업무 종사자’ 해석에 대한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노동부가 학교에 산안법을 적용하며 고시한 적용 업무는 ▲학교 시설물 및 설비·장비 등의 유지관리 업무 ▲학교 경비 및 학생 통학 보조 업무 ▲조리 실무 및 급식실 운영 등 조리시설 관련 업무 등 3가지다.

이에 대해 일부 영양(교)사들은 ‘조리 실무’는 영양(교)사들의 업무가 아니므로 현업업무 종사자가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급식실 운영’은 영양(교)사의 업무이기 때문에 산안법의 보호를 받는 현업업무 종사자가 맞다고 주장하는 영양(교)사들도 있다. 

현재진행형 ‘갈등’, 사업장 단위 변경

이처럼 아직 ‘현재진행형’인 산안법·중대재해법에 대한 갈등의 해결책으로 사업장 단위 변경이 논의되기도 했다. 2019년 9월 교육부와 노동부, 전국 교육청 안전·보건관리자들이 참여하는 ‘학교 산안법 적용에 따른 개선방안 마련 TF(이하 TF)’에서는 사업장 단위를 교육청에서 학교로 변경하자는 논의를 진행했다. 

당초 사업장 단위를 교육청으로 결정한 이유는 효율성과 실현 가능성 때문이다. 노사 협의체이면서 구속력을 가진 산보위와 사업주의 전문성을 보좌하는 안전·보건관리자를 학교마다 구축·채용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기 때문이었다. 

또한 실질적으로 재해 예방을 위한 예산을 부여하고, 집행하는 권한을 교육감이 가진다는 점도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러나 사업장 단위가 크다 보니 관리감독자 지정 문제를 비롯해 여러 갈등이 심화되자 사업장 단위를 학교로 변경하되 산보위나 안전·보건관리자는 교육청에만 두는 등 예외 적용이 논의됐으나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번 협의회의 제안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협의회에 안건을 제출한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기존 산안법은 산업체를 기준으로 제정돼 교육기관이 직접 적용하기에 어려움이 커 학교 현장을 위한 세밀한 가이드를 마련해달라는 것이 안건의 요지”라며 “조만간 노동부와 교육부에 의견을 공식적으로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언론보도를 접했으나 아직 공식적으로 접수된 의견이 없다”며 “현재로서는 언급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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