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생교육 ‘독점’, 영원한 ‘카르텔’ 노리나
위생교육 ‘독점’, 영원한 ‘카르텔’ 노리나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08.25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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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사·조리사협회, 식위법 개정 논의서 위생교육기관 독점 요구
현장 “위생교육기관 복수 지정위생교육 ‘독점’, 영원한 ‘카르텔’ 노리나
기존 교육기관, 부실교육에 불투명 운영으로 온갖 비판
교육기관 선택권에 이어 부실교육기관 필히 퇴출시켜야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영양사·조리사 등을 대상으로 시행해온 식품위생교육(이하 위생교육)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기존 위생교육을 ‘독점’해온 단체들의 조직적인 방해로 좌초 위기에 몰려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일선 영양(교)사들과 조리사들은 “이 같은 행위는 ‘카르텔’과 다름이 없다”며 “그간 위생교육을 빌미로 영양(교)사·조리사들의 주머니는 물론 일부 세금도 착취해온 이들 단체가 최소한의 양심과 도덕성마저 내팽개쳤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도읍 국회의원(국민의힘)은 지난해 10월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 이하 식약처)의 고시로 정하도록 되어 있는 위생교육 운영기관 선정기준 및 절차를 법제화하는 내용의 식품위생법(이하 식위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지난 7월 전북지역에서 열린 한국조리사협회중앙회의 조리사 위생교육 모습. 조리사협회중앙회는 그동안 불투명한 교육비 예산 운영과 부실한 교육내용으로 강한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 7월 전북지역에서 열린 한국조리사협회중앙회의 조리사 위생교육 모습. 조리사협회중앙회는 그동안 불투명한 교육비 예산 운영과 부실한 교육내용으로 강한 비판을 받아왔다.

그동안 위생교육은 식위법 시행규칙 제51조와 이 조항에 따라 제정된 ‘식품 등 영업자 등에 대한 위생교육 기관 지정’ 고시에 의해 운영돼왔다. 하지만 이 고시에는 위생교육 대상자와 대상별 교육기관 명칭만 기재되어 있어 보다 명확히 개선해야 한다는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김 의원은 식위법 제41조에 ‘식약처장 또는 시·도지사는 총리령으로 정하는 시설·인력 등 지정기준을 갖춘 법인 또는 단체를 위생교육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조항과 ‘교육의 정지를 명하거나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는 조항을 함께 신설했다. 

이 같은 개정안에 이어 정부는 위생교육기관의 정의와 역할을 보다 자세히 규정하면서 조리사와 영양사에 대한 교육기관을 추가로 마련할 수 있는 정부 주도 입법안을 발의했다. 정부의 입법안은 교육기관 위상과 역할은 더 공고히 하면서 교육비 횡령, 부실 교육 등으로 비판받는 교육기관은 퇴출시킬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반대의견 피력에 나선 두 단체

김 의원의 개정안과 정부 입법안은 지난 2월 소관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이하 복지위) 검토를 거쳐 6월 28일 제2법안심사소위원회(이하 제2소위)에 상정돼 논의됐다.

제2소위에서 복지위는 개정안의 취지에 대해 타당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복지위 진선희 전문위원은 “현행 법령에서 교육 실시기관의 지정기준, 지정취소 및 그 요건 등에 관해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교육기관의 지정 및 지정취소 등에 관한 법적 근거를 각각 마련하는 것은 법률유보 원칙이나 행정의 예측 가능성 제고 측면에서 바람직한 조치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주무 부처인 식약처도 “위생교육기관 지정 제도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위생교육 수준을 높이는 제도”라는 긍정의견을 보탰다. 

지난 6월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2법안심사소위 모습.
지난 6월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2법안심사소위 모습.

이처럼 무리 없이 진행되던 논의에 그간 위생교육을 독점해온 (사)대한영양사협회(회장 김혜진, 이하 영협)와 (사)한국조리사협회중앙회(회장 김정학, 이하 조리사회)가 반대의견을 피력하기 시작했다. 특히 영협은 개정안에 영협이라는 명칭을 못 박아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기존 위생교육의 부실함과 불투명한 운영을 해결하기 위해 복수의 교육기관을 지정하려는 법안에 독점 교육기관으로 지정해달라는 요구를 한 셈이다. 

제2소위에서 권오상 식약처 차장은 “정부 법안을 준비하며 여러 기관·단체에 수차례 의견을 수렴을 했고, 대부분 의견을 반영했다고 생각하는데 영협과 조리사회가 오늘(6월 28일) 추가의견을 제출했다”며 “영협은 영협의 명칭을 법률에 못 박아달라는 것이 주된 요구사항”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협과는 네 번의 실무협의를 거쳤고 담당 실무부서가 김혜진 회장과 직접 만나 의견도 수렴했는데 영협 내부에 이견이 있어 추가의견을 낸 것이 ‘법률에 지정 대상이라고 명시를 해달라’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국회의원은 지나치게 두 단체를 비호하려는 모습을 보여 의구심을 자아내기도 했다. 정춘숙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은 “영협이나 조리사회가 이견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그동안 계속해왔던 영협과 조리사회를 특정해주는 게 맞지 않겠냐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협의 요구가 ‘독점적 지위를 달라’는 것으로 비춰지면서 정 의원을 제외한 여·야 의원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결국 논의는 영협이 명분으로 내건 ‘이견’을 좀 더 파악하자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교육은 뒷전, ‘밥그릇 지켜라’

여·야를 막론하고 특정 단체를 법률에 명시하는 특혜는 부당하다는 인식이 제2소위의 주를 이루면서 영협과 조리사회의 행태에 강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위생교육으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는 두 단체가 결국 ‘밥그릇 지키기’에 결사적으로 나섰다는 것이다. 

게다가 2년에 한 번이던 위생교육이 올해부터 매년 받도록 변경돼 교육비 수입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자 두 단체의 욕심이 도를 넘고 있는 데다, 이로 인해 ‘저질 위생교육’ 개선마저 무산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영협은 2022년도 위생교육에서 3만8127명에게 3만5000원씩 교육비를 받아 총 13억7750만 원의 수입을 올렸다. 하지만 당시 위생교육에서 인건비로 4억4950만 원을, 온라인교육비로 2억8246만 원을 지출하는 등 예산이 부풀려졌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았다. 영협은 이 같은 예산 사용을 근거로 식약처로부터 교육비를 산정받는데 이처럼 부풀린 예산으로 교육비를 더 받아내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대한급식신문 354호(2023년 2월 27일자) 참조>

조리사회도 마찬가지다. 조리사회가 2022년 교육비로 올린 수입은 16억611만 원에 달하는데, 이렇게 일선 조리사들에게 받은 교육비를 직원 퇴직금과 수료증 인쇄, 임차료, 강사비 등에 불투명하게 사용한 정황이 드러나 물의를 빚은 바 있다.<대한급식신문 356호(2023년 3월 27일자) 참조>

더 큰 문제는 두 단체가 영양(교)사와 조리사들로부터 받는 교육비 대다수가 ‘세금’이라는 점이다. 위생교육은 법정교육인 탓에 교육비 전액을 급식소 운영자로부터 지원받는데 학교나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영양(교)사와 조리사의 경우 예산, 즉 세금으로 지원받게 된다. 

따라서 투명한 위생교육 운영과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급식 관계자들로부터 꾸준히 제기돼왔지만, 위생교육을 영협과 조리사회가 독점해온 터라 의미있는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교육기관 지정취소 사유를 더 세분화해 교육의 질을 높이고, 교육기관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는다. 세종지역의 한 영양사는 “영협의 위생교육의 질은 나뿐만 아니라 모든 지역의 영양(교)사들이 절실히 공감하는 문제일 것”이라며 “교육기관을 복수로 운영해 교육 선택권을 영양(교)사들에게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협의 전직 임원이었던 한 관계자도 “법정교육이라는 명분으로 영협과 조리사회가 막대한 수입을 올려왔는데 더 이상은 안 된다”며 “교육기관의 경쟁체제 도입을 통해 불합리한 관행을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지역의 한 급식 관계자는 “영협이나 조리사회의 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스스로 카르텔이 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며 “오는 9월 본격화될 정기국회에서 해당 법안을 빠르게 논의해 결론 내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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