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없는 보완 입법 ‘혼란만 가중’
알맹이 없는 보완 입법 ‘혼란만 가중’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12.22 1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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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숙 의원이 발의한 ‘식품위생법 개정안’, 현장 비판 거세
알쏭달쏭한 개정안… 결국 ‘총선 위한 실적 쌓기일 뿐’ 지적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지난 4월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위헌 판결‘을 내린 식품위생법(이하 식위법) 제96조에 대한 보완 입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사실상 ‘알맹이’가 없는 개정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심지어 해당 개정안에 표기된 입법 취지로 인해 급식 관계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어 법안을 발의한 목적이 무엇이냐는 지적도 거세게 일고 있다. <대한급식신문 358호(2023년 4월 24일자 참조)>

국회의원(오른쪽)이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는 모습. (출처 : 국회 TV)
국회의원(오른쪽)이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는 모습. (출처 : 국회 TV)

이 같은 비판은 전혜숙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발의한 식위법 개정안에서 비롯됐다. 전 의원은 해당 개정안에서 영양사와 조리사의 직무 범위를 규정한 제51조·제52조의 ‘(영양사·조리사는 각호의 직무를) 수행한다’를 ‘수행하여야 한다’로 변경하는 내용과 제96조·제98조의 처벌 대상을 보다 명확히 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이 개정안에는 정작 가장 중요한 ‘영양사 직무 범위’가 빠져 있다. 심지어 전 의원은 해당 법안의 발의 취지에서 헌재가 해당 조항이 헌법상 ‘죄형법정주의 명확성 원칙 또는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결해 이를 보완하기 위한 보완 입법이라고까지 명시해 비판 수위가 더 높다. 즉 전 의원은 애초에 개정안에서 어느 부분을 보완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헌재가 내린 판결 요지는 영양사의 직무를 규정한 식위법 제51조가 지나치게 포괄적인데, 이렇게 포괄적인 업무 중 일부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처벌조항인 제96조를 적용하는 것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해당 조항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먼저 영양사의 직무 범위를 명확히 하는 작업이 필요함에도 전 의원의 개정안에는 이 같은 언급이나 논의가 애초에 배제되어 있다.

특히 식위법 제96조는 단체급식 운영자가 영양사를 제대로 고용하지 않고 법적 처벌을 피할 목적으로 ‘면허대여’ 등의 행위를 했을 때 해당 운영자를 처벌할 수 있는 법령이어서 처벌조항이 무력화된 지금 보완 입법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전 의원은 ‘알맹이’는 쏙 빼놓은 채 개정안을 발의해 비난의 수위가 더욱 높다.

일부 급식 종사자들은 영양사·조리사 직무 범위를 구체화하지 않은 채 의무만 강화하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경북지역의 한 학교 조리사는 “처벌 법령의 조문을 ‘수행한다’에서 ‘수행해야 한다’로 바꾼 의도가 영양사·조리사를 더 강력하게 처벌하겠다는 것이 아닌가”라며 “영양사·조리사의 업무 범위가 아님에도 업무를 떠넘기고 이 업무를 하지 않으면 처벌하겠다는 협박처럼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급식 현장에 혼란만 초래하는 이 같은 불필요한 개정안을 발의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개정안이 나온 이유가 결과적으로 ‘치적쌓기’가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둔 전 의원이 ‘대표 발의 법안 OO건’이라고 홍보하기 위해 개정안을 발의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영양사는 “약사 출신으로 영양사 직군과 감정이 좋지 않은 전 의원이 영양사들을 옭아매기 위해 발의했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며 “그게 아니라면 이처럼 허술하고 의미 없는 법안 개정안을 발의할 이유가 없다”고 따졌다.

이에 대해 전 의원실에서는 입장 표명을 철저히 거부하고 있다. 전 의원실 관계자는 대한급식신문의 여러 차례에 걸친 입장 표명 요구에 “담당 비서관이 누구인지 찾아서 연락하겠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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