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대로 잊으라는 겁니까"
[기자수첩] "이대로 잊으라는 겁니까"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4.03.13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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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담함'에서 '암담함'이 된 어느 영양교사의 죽음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 기억하고 잊지 않는 것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전국에 영양(교)사들을 분노하게 했던 서울 양천구 A중학교 B영양교사 사망 사건이 발생한 지 어느새 한 달을 넘어서고 있다. 처음 소식을 접한 뒤 고통스러운 일주일을 보냈는데 한 달 이상이 지난 지금, 당시 느꼈던 '참담함'은 이제 '암담함'이 됐다. <대한급식신문 377호(2024년 2월 12일자) 참조> 

B영양교사의 사망 이후 서울영양교사회(회장 김옥자)는 2월 한 달 내내 서울특별시의회(이하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위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B영양교사의 억울함에 대한 성토는 물론, 이 같은 일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전국영양교사회(회장 신현미)와 함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교사노동조합연맹 등에도 도움을 요청했다.

김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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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아가 서울영양교사회는 이 단체들과 연대해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감 조희연, 이하 서울교육청)을 방문해 해결책을 요구했고, 전교조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서울교육청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현재까지 공식석상에서 B영양교사의 억울한 죽음을 언급한 사람은 김혜영 서울시의원(국민의힘) 한 사람뿐이다. 김 의원은 지난달 26일 서울시의회에서 B영양교사의 억울한 죽음을 언급하면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당시에도 서울교육청은 공허한 답변만 되풀이했다. 

예측이라도 했듯 기자가 B영양교사의 사망 후 보도했던 기사의 제목은 '억울한 죽음보다 더 억울한 무관심'이었는데 기사에서 우려했던 것들이 결국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B영양교사의 사망'이 어떠한 대책도 변화도 없이 어느새 조금씩 잊혀져가고 있는 것이다.

암담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너무나 젊었던 영양교사 한 명이 스스로 세상을 떠났지만, 서울교육청은 그가 이 세상에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 왜 세상을 떠나야만 했는지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는다.

서울교육청은 여전히 B영양교사의 사망을 두고 업무 스트레스 및 학부모 민원과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고 발생 후 강서양천교육지원청 담당자가 A중학교를 찾아 학교 관계자들을 만난 것 외에는 이 사고의 진상을 확인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더이상 하지 않고 있다. 비통함과 분노가 쌓이는 부분이다.

더 심각한 것은 교육 당국이 학교 내 다른 교사들을 대하는 태도와 영양교사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비통함이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스스로 세상을 떠난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건에 대해 교육 당국은 그야말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했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서이초 교사의 사망을 순직으로 인정했다. 반면 B영양교사의 사망 사건은 교육 당국의 무관심 속에 서서히 잊혀지고 있으며 동시에 영양교사들의 마음도 죽어가고 있다.

스스로 생을 놓아야 했던 B영양교사를 위해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비교적 명확하다. 영양(교)사들이 업무와 관련 억울한 일, 불합리한 일을 겪었다면 더 이상 참고 견디지 말고 알리는 것이 먼저다. 쌓여가는 답답함과 억울함은 스스로를 다치게 할 뿐이다.  

특히 더 중요한 것은 '잊지 않는 것'이다. 이런 일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기억하고 노력하는 것이다. 이는 곧 살아남은, 살아있는 사람들의 '의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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