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도 ‘해결’도 교육당국, ‘교육급식’ 가치 지켜야
‘문제’도 ‘해결’도 교육당국, ‘교육급식’ 가치 지켜야
  • 정지미·김기연 기자
  • 승인 2019.06.19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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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연 무엇이 진정한 학교급식인가 (3)
학교급식의 해법… 기본으로 돌아가고, 원칙을 지키며, 학생건강이 최우선일 것
학교급식의 흐름이 ‘외식화’, ‘맛’ 위주로 흘러가면서 영양(교)사들이 자신만의 가치와 철학을 담아 준비한 학교급식은 상대적으로 외면받고 비판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선 현장에서는 교육부부터 가치와 철학 없이 학교급식을 바라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서 급식을 올바르게, 원칙에 맞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자리잡힌 급식교육 선행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학교급식의 흐름이 ‘외식화’, ‘맛’ 위주로 흘러가면서 영양(교)사들이 자신만의 가치와 철학을 담아 준비한 학교급식은 상대적으로 외면받고 비판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선 현장에서는 교육부부터 가치와 철학 없이 학교급식을 바라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서 급식을 올바르게, 원칙에 맞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자리잡힌 급식교육 선행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한급식신문=정지미·김기연 기자] 지난 6월 9일 첫 방송을 시작한 모 케이블방송의 학교급식 관련 프로그램이 있다. 그것은 이미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외식 전문가로 이름을 날린 백종원 대표(요리연구가)가 진행을 맡는 ‘고교급식왕’. 프로그램 진행은 참여 신청을 한 고교생들이 학교급식 식단을 짜고, 식재료 선정부터 조리까지 마치면 백 대표는 참가자들이 제안한 레시피가 학교급식으로 적합한지에 대해 학생들에게 다방면으로 조언하는 방식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학교급식의 본질과 목적을 재확인하고, 현재를 진단해보는 기사를 3회에 걸쳐 준비했다.
- 편집자주 -

SNS와 만난 학교급식, ‘비주얼’에 눈을 뜨다

학교급식이 현재와 같이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받게 된 시기는 얼마 되지 않았다. 무상급식이 확대되던 2010년을 기점으로 학교급식이 사회전반 이슈로 등장했다. 학교의 기능 중 상대적으로 적은 역할일 줄 알았던 급식은 역할이 점차 커졌다.

결정적인 계기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이하 SNS)와의 만남이었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급식을 SNS를 통해 공유했고, SNS상에서는 평가가 이뤄졌다. SNS에는 영양(교)사들도 동참했다. 몇몇 영양(교)사들은 학생들 못지않게 활발한 SNS 활동으로 큰 관심을 끌었다.

SNS에서 벌어지는 토론과 평가, 정보 교환은 급식의 수준을 올리는 긍정적인 기능도 있었지만 부정적인 영향도 있었다. ‘보기 좋고, 화려한 급식’이 좋은 급식, 따라해야 할 급식처럼 여겨지기 시작했다. 급식이 비교되고 호응이 높아지자 언론들도 가세했다. 주로 조회 수 올리기에 관심을 가진 인터넷 매체들이 경쟁적으로 이런 급식에 대한 보도를 쏟아냈고 다시 확대 재생산됐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계기는 2016년이었다. 교육부는 매년 학생건강 증진에 기여한 교육분야 종사자를 선정해 표창을 전달한다. 교육부는 2016년 교육부 장관 표창자로 파주 세경고 김민지 영양사와 대구 길원여고 전소민 영양사를 선정했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특히 이 두 사람은 200여 명이 넘는 수상자 중 대표로 장관에게 직접 상을 전달받는 8명에 선정되면서 더 큰 주목을 받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각종 언론매체의 보도량이 폭증한 것은 물론 보도 내용에 ‘교육부 장관상을 받은’ 혹은 ‘교육부장관도 인정한’ 등의 자극적인 평가가 따라붙으면서 다시 한 번 재생산됐다. 이 같은 ‘화려한 급식’이 정부기관에서 추천하는 모양새가 되어버린 것.

파주 세경고를 시작으로 각종 언론매체를 타고 전국에서 급식으로 유명한 학교들이 속속 등장했다. 이 학교들의 공통점은 역시 학생들이 선호도가 많이 반영된 ‘화려한 급식’이라는 점.

학교에서는 ‘급식’으로 주목이라도 받자는 움직임마저 일며 일부 사립고에서는 교장과 교감, 행정실장 등이 영양(교)사를 상대로 학생들이 선호하는 메뉴 위주로 식단을 짜라고 요구하고 은근히 언론보도를 부추기는 일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다른 학교에서는 유명세를 탄 학교들의 급식과 비교하면서 영양(교)사에게 압력(?)이 가해지기도 했다고 알려졌다. ‘교육급식’이라는 학교급식의 목적과 가치를 학교가 앞장서서 훼손한 것이다.

경남지역의 한 학교 관계자는 “지난 2016년 교육부 장관 표창이 지금의 왜곡된 학교급식 현상을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며 “학교급식에 대해 기준과 철학 없이 운영하다 보니 나타난 현상이며, 교육부의 결정 하나로 인해 학교급식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질타했다.

경기도 A초등학교 영양교사는 “맛 중심, 외식화 경향의 학교급식의 흐름이 정상적인 것은 아니다”라며 “학교급식에서 건강보다 맛 위주로 급식을 추구할 것이라면 차라리 예전처럼 가정에서 도시락을 싸오며 지금과 같은 학교급식은 폐지하는 것이 옳다”라고 꼬집었다.

서울시 B중학교 영양사는 “2016년 당시 대형 식재료업체들의 무차별 리베이트 활동이 사회적으로 큰 파문이 일고 학교급식이 비리집단으로 매도되던 시기여서 교육부가 이에 대한 대책으로 당시 인지도와 선호도가 높았던 두 영양사에게 표창을 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로 인한 후폭풍이 여기까지 이어질지 교육부도 몰랐겠지만 교육부가 일으킨 문제이니 교육부가 명확한 입장과 함께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 같은 흐름은 서울과 경기, 인천 등 대도시의 고교까지 무상급식이 확대되면서 앞으로 국가예산이 더 많이 지원될 것인데 예산의 지원 명분조차 흐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교급식법이 제정된 취지를 어기는 급식에 국가예산이 대폭 지원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 경기도 C중학교 영양사는 “무상급식의 목적은 학생들의 건강 유지와 균형잡힌 성장을 돕자는 학교급식의 목적과 가치에 정부가 힘을 보탠다는 뜻”이라며 “학교급식이 그 목적과 가치를 지키지 못하는 현실이라면 무상급식을 왜 확대하는가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일선 영양(교)사들의 우려와 지적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나 아직 입장을 낼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교육부는 정해진 법령과 규정 안에서 정책을 집행하고 지원할 뿐”이라고 말했다.

교육급식의 가치 전달하는 급식교육부터 시작해야

어디서부터 꼬여버린 건지 알 수 없게 된 지금의 학교급식에 대해 일선 영양(교)사들은 ‘교육급식을 위한 급식교육’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 같은 교육계 종사자들에게 제대로 정보를 전달해야 하며, 언론을 통해 잘못된 부분도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무엇보다 교육부 스스로 교육급식의 철학과 가치를 다시 재정립하고, 일선 학교에 전달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강원도 D영양교사는 “일선 학교에서는 교육부는 물론 교육청, 교육지원청의 정책에 따라 움직이고 급식을 운영하고 있는데 법의 취지와 상반되는 정책방향이 나오면 현장에서는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화려한 급식’을 선보이지 않은 영양(교)사들이 이유 없는 질타와 오해를 왜 받아야 하는가”라고 따져물었다.

이어 “급식 만족도와 맛은 결코 학교급식의 기준이 될 수 없으며, 교육부부터 학생과 학부모들의 흔들기에 흔들리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학교급식 제대로 알리기’에 교육당국이 전폭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특히 학교급식이 준비되는 과정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급식을 총괄하는 영양(교)사의 역할과 노력 또한 보이지 않는 곳이 있는 탓에 무시되기 일쑤라는 것이다.

충남 E초등학교 영양교사는 “‘화려한 급식’이 주목받는 현실을 보면서 많은 영양(교)사들이 정체성에 대한 회의감이 들고 고통받았을 것”이라며 “영양(교)사 입장에서는 건강한 식단, 올바른 급식을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오해로 인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평가받지 못한다면 이는 곧 급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고 그 피해는 우리 학생들이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학교급식이 발전해온 과정 속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어온 급식교육과 함께 ‘올바른 급식 알리기’에 교육당국이 전폭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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